엘니뇨 경보에 신흥국·원자재 시장 '술렁'
[뉴스핌=배효진 기자]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가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중앙과 동쪽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한 번 발생하면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속된다.
엘니뇨 가뭄 피해를 입은 농경지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엘니뇨 단계를 지난 2월 '주의(watch)'에서 3월부터 '경보(advisoty)'로 격상시켰다. 엘니뇨 감시구역(Nino-3.4)의 해수면 온도는 경보로 격상된 지난 3월 초 평년 대비 +0.5℃에서 지난 13일 현재 +1.0℃로 엘니뇨 판단기준(+0.5℃)을 상회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20일 보고서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날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원자재 가격은 크게 뛴다며 반대로 기상이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가격이 폭락해 시장은 요동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업이 경제의 17.6%를 차지하는 인도는 엘니뇨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바스켓에서 식료품 비중은 47.6%다. 작황에 따른 물가변동폭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엘니뇨로 농작물 생산이 줄어든 2009년의 CPI는 10.6% 오른 바 있다.
가뭄으로 CPI가 목표치 6%를 벗어나면 경제성장은 물론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 중인 인도 중앙은행의 정책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인도 중앙은행은 높은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올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농업 등 1차 산업의 경제비중이 11%에 이르는 호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폴 캐신 국제통화기금(IMF) 인도 수석대표는 "최근 엘니뇨로 인한 가뭄에 인도의 실질GDP가 3분기 누적 0.25% 감소하며 호주는 4분기 누적 0.41%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구리·니켈 생산국 인도네시아가 입을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력발전이 금속생산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가뭄이 생산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엘니뇨 이후 인도네시아의 실질GDP는 4분기 누적 1.01% 감소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투자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엘니뇨로 시장이 요동치는 시기를 절호의 투자기회로 꼽으며 니켈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소시에떼제네랄 엘니뇨 원자재 지수(ENCI)에서 니켈은 엘니뇨 이후 평균 13.9%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기타 원자재들은 평균 3.2% 오르는 데 그쳤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코코아와 목화 등 엘니뇨에 민감한 원자재에 대한 투자도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엘니뇨 피해에 대비해 섣부르게 위험회피 및 포지션을 조정하는 데 망설이고 있다. 불확실한 기후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3월 투자자들은 잘못된 정보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조너선 파크만 마렉스스펙트런 원자재 대표는 "잘못된 정보에 호되게 당한 투자자들이 더 이상 엘니뇨 리스크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양치기 소년 효과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