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과 증권사 차익실현에 수급 악화...개인들이 매도물량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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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승훈 기자] 내부 임원들과 기관들의 주식 매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행사로 동아엘텍 수급이 악화일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이같은 수급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실적성장 가능성만을 내세우며 수개월째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 주가가 고점을 찍고 흘러내리는 최근, 긍정적 리포트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임원이 팔아치운 물량을 주워담는데 급급한 상황이다.LG디스플레이 등에 검사장비를 납품하고, 자회사인 선익시스템이 OLED 제조장비를 만들고 있는 동아엘텍. 이 회사 주가가 최근 2년 넘게 박스권에 묶여있다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1월 중순께다. 8000원대(1월16일 8300원)에 머물던 동아엘텍은 한 달도 채 안 된 2월12일 1만7950원까지 오르며 단기간 두 배 급등했다. 이후 3월초 주가는 2만원을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아엘텍 최근 6개월 주가차트 <키움증권HTS> |
주가 급등 과정에서 증권가의 긍정적 리포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증권가에선 동아엘텍의 급등을 실적모멘텀으로 풀이했다. 메리츠증권은 2월6일 '진정한 퀀텀점프'를 타이틀로 낸 보고서를 통해 "동아엘텍이 신규 장비인 빛샘검사장비의 해외 대형고객사 공급이 본격화되고, 자회사인 선익시스템의 OLED 증착장비 신규 수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목현 애널리스트는 올해 동아엘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280억원, 410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배가량,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시 급등하던 주가는 이 같은 분석에 열기를 더해갔다.
이 즈음 한국거래소는 동아엘텍에 대해 15일간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종목을 근거로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2월9일)를 했다. 하지만 한 번 달궈진 주가는 식을줄 몰랐다. 거래소가 매매거래정지와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을 지속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후 KB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도 각각 3월 말과 4월 말 보고서를 내고 장밋빛 실적 전망에 힘을 실었다. 장우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아엘텍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280억원과 410억원으로, 이베스트증권은 각각 2661억원, 378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작 동아엘텍은 실적 전망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회사측 관계자는 "매출 2000억원을 넘으려면 선익시스템(자회사)의 수주가 관건이다. 장비 한 대 가격이 300억~400억원대라서 수주 한 대를 하냐 마냐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다. 수주 산업이다보니 입찰 리스크가 높은데 증권가에선 최대치를 가정해 숫자를 뽑은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이같이 증권가와 회사측이 실적모멘텀을 이유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안 기관투자자들과 회사내 임원들은 자기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엘텍에 따르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던 NH투자증권은 최근 지분율을 1.47%까지 낮췄다. 보유주식수는 기존 52만6236주에서 15만9665주로 줄었다. 지난 4월21일부터 이번 달 6일까지 열흘 동안 주당 1만6450원~2만450원에 하루 수만주씩 꾸준히 팔았던 것.
NH투자증권 자기자본투자(PI)부에서 쏟아낸 물량은 지난 4월초 박재규 동아엘텍 대표로부터 사들인 BW 워런트. 당시 워런트 취득가는 주당 1만6600원으로, 한 달 만에 쏠쏠한 차익을 냈다.
동아엘텍 관계자는 "박 대표가 보유한 BW 170만주 중 98만주 가량을 NH, 신한, 현대증권 등 기관 5곳에 팔았고 최근 이 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절반 가량은 소화된 것 같다"고 전해왔다.
다만 이 BW는 지난 2012년 3월 발행된 것으로, 지난해 8월 발행된 2차분의 잠재 매물 가능성을 고려하면 동아엘텍의 수급여건은 당분간 좋아지기 힘들어 보인다. 2차분 물량은 130만주 가량이다.
기관들의 매도 외에 박 대표를 포함해 회사내 임원들의 차익실현도 나섰다.
박재규 대표이사는 지난달 초 지분 73만주 가량을 팔며 지분율(BW포함)이 45.18%에서 42.48%로 내려왔다.
임원들의 주식매도도 이어졌다. 지난 3월5일 김재평 사장은 달랑 500주만 남기고 4만5979주를 팔아치웠고, 박진수 연구소장과 정대홍 연구위원도 각각 3만1302주, 5만1038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매물량이 15만주 가량 되는데, 이들 임직원의 경우 1999년과 2000년께 받았던 것"이라며 "그 동안 회사 주가가 1만원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주가가 오르며 실현한 것이어서 회사측에서도 이를 두고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기관과 회사 임원 매도로 주가가 흘러내리는 때 개인투자자들은 열심히 동아엘텍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4월21일 고점(2만300원)을 기록한 이후 개인들은 11거래일 연속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기관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거둬들인 셈이다.
한 때 2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조정을 겪자 최근 증권가에선 '조정기 매수전략'을 내놨다. 최주홍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동아엘텍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성장을 감안할 때 현재 밸류에이션은 저평가 됐다고 판단된다"며 "최근 BW물량 해소로 주가가 하락 추세에 있어 매수기회"라고 권했다.
한편, 벤처기업부 소속이었던 동아엘텍은 지난달 30일 우량기업부로 소속부를 변경했다. 우량기업부는 자기자본 7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최근 6개월 평균 1000억원 이상이면서 △자본잠식이 없고 △최근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3% 이상이거나 순이익 평균 30억원 이상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500억원 이상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2년간 △상장적격성실직심사대상 결정 사실이 없을 것 △불성실 벌점합계가 4점 이하일 것 △3회 이상 최대주주 변경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시장건전성 기준도 톧과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