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김상열 회장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해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한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6007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해서다.
이에 따라 8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됐던 금호산업 인수가가 낮아지면 박삼구 회장은 '큰 돈'을 쓰지 않고 금호산업을 되찾아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상열(왼쪽)호반건설 회장,박삼구(오른쪽)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 인수가격은 한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알짜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에도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6007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시한데 따라 금호산업의 인수가격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 인수전이 최종유찰 되면 채권단은 재입찰을 하거나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을 해야한다. 이 때 기준가격은 이번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써낸 6007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독입찰한 호반건설이 6007억원을 제시한 만큼 이 가격을 하한선으로 인수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초 채권단이 기대했던 8000억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부를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호반건설의 본입찰 참여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만큼 입찰 업체가 제시한 금액보다 1원이라도 높은 금액을 내놓으면 금호산업을 찾아올 수 있다. 인수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박 회장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호반건설은 앞서 금호산업 인수전 과정에서도 '진정성'에 대해 의혹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금호산업의 지분 5.1%를 사들였다. 이때부터 금호산업 인수전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금호산업 주식값도 뛰었다. 호반건설은 약 4개월 뒤인 지난 3월 보유했던 금호산업 주식을 전량 되팔면서 28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와 함께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박삼구 회장에게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전 초기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수금액 하한선이 6000억원이란 분석이 나온 적 있다"이라며 "만약 이 금액 수준에서 금호산업 인수가가 결정되면 김상열 호반 회장은 박삼구 금호 회장에게 백기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