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단위 강제적 배출권거래제 시행…中·日, 일부 지역만
[뉴스핌=이강혁 기자] 지난 1월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국내 산업경쟁력 약화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에너지 효율화를 상당부분 달성한 상황에서 과도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산업계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다가 기업 방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과 비교 시 규제 강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은 자국 경제의 실리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국익보다 국제사회의 체면에 지나치게 방점을 둔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 일본 중 우리나라의 누적 배출량은 최저다. 그럼에도 감축 수준은 최고 수준이다. 19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0% 수준으로 세계 16위에 불과하다. 경쟁국인 중국(11.1%, 2위)과 일본(3.9%, 6위)에 비해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크지 않은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 과거의 책임 관점으로 설정된 우리나라의 지위는 개도국이다.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일본과 달리 국제사회 평가를 고려해 2009년 감축 의무가 없음에도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경제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약속이기 때문에 수정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각국의 2012년 배출실적과 비교하면 일본은 3.2% 감축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47% 초과 배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2년 배출실적에 비해 무려 10.1%나 감축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 규제 범위도 중국, 일본에 비해 과도하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지역에서 강제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과 일본은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 7개(5시 2성) 지역에서 시범 사업(Pilot)형태로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도쿄, 사이타마, 쿄토 3개 지역에서 제도를 운영 중이나, 교토는 제도 참여여부가 기업 자율에 맡겨져 있다.
도쿄와 사이타마는 강제적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산업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이 극히 미미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어 있다. 특히, 2011년 기준 도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은 상업용 빌딩 부문이 40%, 산업분야가 9%를 차지해 배출권거래제 운영 취지가 상업건물의 전기사용 제한에 맞춰져 있다.
과도한 페널티도 부담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지난 1월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이후 할당 배출권(KAU)은 첫 달 4거래일만 거래되는 등 시장 유동성이 지나치게 낮다.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과징금 납부 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페널티 수준은 우리나라만 유독 과도하다. 우리나라는 할당량 대비 초과 배출에 대한 페널티로 최대 톤당 10만원 범위 내에서 시장 평균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시장안정화 기준가격 톤당 1만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징금은 톤당 3만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대체적으로 배출권 평균가격의 3배를 부과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현재 시장가격을 고려하면 톤당 1만6650원(4월10일 기준 7개 거래소 시장 평균가격 31.5위안, 환율 176원/위안 적용)정도로 과징금은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에서 강제적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사이타마는 과징금이 아예 없고, 도쿄도 감축 명령을 위반할 경우 455만원(4월10일 기준 9.09원/엔)의 과징금만 부과되고 있어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국내 경제여건 변화와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완화가 필요하다"며 "배출권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시장에서 구입을 못하는 경우 과징금 수준을 시장안정화 기준가격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