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소기업에 '불똥'…무역금융 위축 우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16일 모뉴엘 사기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수출 서류심사와 무역보험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부작용 없이 사기 사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원 보강 등 계획 없이 현지 실사, 진위 확인 의무화 등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 과도한 통제 강화로 중소기업의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제재는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지나친 제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모뉴엘 사무실 입구 전경 (사진 = 뉴시스) |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모뉴엘 사건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모뉴엘 사건은 중계무역업체 모뉴엘이 무리한 경영으로 자금난에 직면하자 수출서류를 조작해 무역보험에 가입한 후 금융권에 총 6672억원의 손실을 끼친 무역보험 사기 사건이다.
대책은 수출서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100만달러 초과 수출계약 진위 확인 의무화 ▲한도 1000만달러 이상 수입자 현장조사 실시 ▲은행의 수출채권 매입시 증빙서류 검증 절차 강화 ▲보험계약자(은행)와 협의체 구성 ▲기업규모별 차등 보증하는 부분보증제 시행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들을 시행하려면 담당업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야한다. 인력 충원이 뒤따라주지 않을 경우 자칫 금융사의 '문턱'이 높아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특별감사 결과에서도 무역보험공사 직원 4명(기업조사팀)이 연간 6만여 건의 수입업체 신용평가를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분보증제도 마찬가지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도를 줄여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면 은행은 다시 중소기업에 담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애꿎은 수출 중소기업의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은 그대로인채 심사업무만 강화되면 심사담당자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금융 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출기업이 금융사에 제출하는 수출실적 증명서
◆ 본질 아닌 징계성 대책 주력…'괘씸죄' 반영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성 대책도 다수 포함됐다. 이른바 '사고'를 친 무보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내부 감사 강화 ▲징벌제도 강화 ▲2급(부장)이상 재산등록 의무화 ▲금품 수수시 면직 조치 ▲공금 유용 및 횡령시 징계부가금 5배 부과 ▲부당업무 손해배상 청구 등이다.
이른바 '짝퉁부품'과 조직적인 납품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제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재산등록 의무화나 징계부과금 5배 부과 등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할 때 지나친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수원과 수출기업에 무역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무역보험업법이 개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관철되지 않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권평오 실장은 "돈을 다루는 금융사의 경우 보다 강한 내부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모뉴엘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