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3조원대 불법대출을 한 가전업체 모뉴얼이 국책 금융기관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의 대출사기·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모뉴엘 박홍석(53) 대표와 신모(50) 부사장, 강모(43) 재무이사 둥 전·현직 임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2014년 9월 10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총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기대출을 받고, 2008년~2013년 허위 수출입거래를 정상 거래인 것처럼 꾸며 2조7000억원 상당을 과대 계상해 분식회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뉴엘은 1대당 시중가격 8000∼2만원인 HTPC를 200만∼300만원까지 뻥튀기해 수출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위해 실사를 나오면 실제로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꾸몄다.
모뉴엘은 KT 자회사인 KT ENS를 통해 허위수출을 하다가 여신규모가 점점 늘어나자 직접 허위수출에 나섰다. 무역보험 및 수출금융 한도를 늘리려 전방위 금품공세를 폈다.
모뉴엘은 KT ENS와 무역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의 담당자 10명에게 각종 편의를 부탁하며 뒷돈을 건넸다. 조계륭(61·구속기소)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퇴직 후에도 정기적으로 금품을 챙기며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세무공무원에게도 뇌물을 제공했다.
박 대표가 이들에게 쓴 로비자금은 총 8억60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모뉴엘이 수출장려를 위해 도입된 무역보험 제도를 악용했다고 봤다. 실질적 심사 없이 보증한도를 계속 늘려주는 운영의 허점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