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구글·이통3사, 수수료 깎아주고 기술지원 늘리고
[뉴스핌=이수호 기자] 국내 게임사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국내외 거대 IT기업들의 구애가 한창이다.
카카오·네이버·구글에 이어 이동통신사들까지 게임사를 통한 트래픽 확보와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수수료 인하 등 각종 당근을 내걸고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국내 게임사업자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전망이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게임사업 플랫폼을 보유한 다음카카오는 지난 1일 독자적 게임장터인 카카오게임샵을 열었다.
다음카카오가 새롭게 출시한 카카오게임샵은 카카오가 제공하는 웹페이지 형태의 신규 다운로드 서비스다. 앱스토어가 아닌 웹페이지를 통해 다운받는 방식으로 카카오는 개발사 몫으로 매출의 65% 지급하게 된다. 카카오는 25%,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10%를 포인트로 지원해 소비자와 게임사 모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림/송유미 기자> |
카카오게임샵 출시로 게임사들은 대중성을 확보한 카카오를 여전히 활용하면서 구글과 애플에 지급되던 30%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앱스토어를 통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기존 업체들의 수익성 강화가 구조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대중성을 갖춘 카카오가 게임사의 수익성 강화를 더한 게임샵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최근 업계에서 불고 있는 탈카카오 바람을 잠재우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는 구글과 애플을 배제한 몫으로 카카오와 게임사 모두, 동반성장을 일구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비단 카카오 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국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3차례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앱 마켓 지원과 개발사를 양성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국내 인기 모바일 게임사인 4:33과 컴투스를 직접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선 카카오가 아닌 구글과 손을 잡아야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게임앱 안에 광고를 집어 넣는 인앱 광고 등 기술적인 지원과 더불어 번역 시스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툴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키로 했다. 오픈마켓으로 국경이 사라진 만큼, 카카오가 아닌 구글과 손을 잡고 해외로 나가자는 손짓이다.
게임사 끌어안기는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이동통신3사도 마찬가지다. 구글·애플에 밀려 모바일 생태계 후발주자로 밀린 이들은 각각의 장점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게임사 론칭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앱스토어 매출 규모(2014년 기준)/표: 송유미 기자 |
레이븐이 양대 오픈 마켓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고 크로노블레이드까지 10위권내에 자리를 잡으면 사실상 카카오 독점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넷마블의 성공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다른 게임사들도 네이버와 손을 잡을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동통신 3사도 이 같은 '親 게임사' 분위기에 손을 얹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이달부터 앱스토어 동반성장을 위한 '원스토어 프로젝트'를 마련, T스토어(SK텔레콤) 올레마켓(KT) U+스토어(LG유플러스)의 인프라를 통합한다.
인앱결제·상품조회·저작권보호기술(DRM) 등 기반기술도 단일규격으로 통합해 공개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각사별로 다른 규격에 맞춰야 했던 것을 한 가지로 할 수 있어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아울러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고객정보를 통해 마케팅에 응용할 수 있어 프로세스의 일원화, 3사 통합 콘텐츠 랭킹·상품후기·평점 정보 제공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처럼 거대 IT 업체들이 게임사들을 끌어안기 위해 저마다의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전체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다음카카오의 매출 8983억원 가운데 게임부문 매출은 2576억원으로 전체의 28.7%를 차지했다. 구글의 경우 연간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만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매출을 품은 게임사업이 침체되면 결국 이들에게 화살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네이버와 이동통신3사는 단순 매출 지표보다 모바일 트래픽 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네이버는 카카오에 쏠려있는 모바일 트래픽을 뺏기 위해 카카오의 캐쉬카우인 게임사업을 흔드는 모습이다. 이동통신3사 역시 앱 생태계 지분 확보를 통해 광고 등으로 이어지는 트래픽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판로가 넓어지면서 업체들 입장에선 수익 개선의 효과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선 구글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다른 유통 채널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 구글에 미움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큰 틀의 변화가 없겠지만 게임 개발사들이 적은 수익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플랫폼 업체들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개발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업체간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