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척’ 오명, 기준금리 1% 시대 열어..조직안정 기여
[편집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 달(4월) 1일이면 취임한지 꼭 1년이 된다. 사상 처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청문회 당일 인사청문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등 도덕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그다. 하지만 통화정책과 시장과 소통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뉴스핌은 이 총재의 1년을 평가해보고 남은 임기 3년의 과제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전임 한은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 등 원로들의 인터뷰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의 설문조사를 시리즈로 엮는다.
[뉴스핌=김남현 정연주 이승환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취임 1년 행보는 공(功)보다는 과(過)가 커 보인다.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에 금리결정이 좌우되면서 한은 중립성 내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화끈하게 화답하기를 원했던 쪽에서 조차도 그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내심 실망하는 눈치다.
소통문제도 중립성 못지않게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조직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는 우세한 편이다.
◆ 실세 최 부총리 취임과 함께 무너진 ‘독립성과 소통’
<자료 = 한국은행> |
올 3월 금리인하로 이 총재에 대한 비판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최 부총리는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나섰고 또 어김없이 금리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3월 금리인하 직후 일부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서 나온 첫 반응은 “선생 최경환, 학생 이주열 같다”는 비판이었다. 여기에 “학생주임 김무성도 있다”는 평가도 더해졌다.
소통문제도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이 총재가 취임 직후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고 했다가 최 부총리 취임 직후 정반대로 금리인하가 단행된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가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고 금리방향을 단정적으로 언급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은 출신 정통 한은맨인 그에게 “초보자의 실수”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여서다. 최근에는 3월 금리인하와 관련해 시그널(신호)이 없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이를 의식한 듯 30일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1년간 가장 아프다고 할까하는 것이 소통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여러 상황이 의심받을만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시장에 영향을 줬고 통화정책 중립성이 의심받았다”며 “통화정책과 관련해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언급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리인하 때마다 떠밀려 한다는 인상을 풍긴 점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이왕지사 인하하는 마당에 한 번에 50bp 내지 두달 연속 인하 등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를 인사청문회장에서 만장일치로 뽑았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조차 ‘지금 이 총재 인사청문회를 다시 연다’면 이라는 질문에 ‘뽑지 않겠다’는 답변이 적게는 4명 중 1명(23.1%), 많게는 절반(50%, 무응답 포함) 가까이 나왔다. 무응답을 한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사실상 반대표에 가까웠다.
다만 한은과 인연이 있는 원로 인사들의 응원도 있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점수로 딱히 말하긴 어려운데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배가 후배를 그렇게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독립성을 갖고 정부와 잘 협조해 경제를 잘 풀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도성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이자 전 한은 금통위원도 “중앙은행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중앙은행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인 중앙은행이라는 인식에서부터 활발하게 활동적인 중앙은행 등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주열 총재의 1년이나 한국은행을) 평가하라는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어려운 시기가 이 총재는 물론 현 금통위원들 앞에 놓여 있을 것으로 본다.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중앙은행의 기본 책무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중수 지우기 비판 속 조직안정 기여..국제위상 강화는 다소 부족
이 총재는 취임 초 전임 김중수 총재 인물들을 좌천 내지 중도 사퇴시키면서 '김중수 지우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박원식 부총재와 강태수 부총재보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중도 사퇴했다. 그 자리를 김 전 총재 재임 당시 한은을 떠났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던 장병화 현 부총재와 이흥모 현 부총재보가 채웠다. 이 총재조차 취임 초 “뭘 해보려 하면 다 김중수 지우기로 받아들이니 힘들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다만 취임 초부터 그가 강조한 ‘오랜 기간 쌓아온 성과와 평판 중시’라는 원칙이 지켜지고 전임 김 총재 재임 당시 ‘김중수 키즈(kids)’로 불렸던 인사들을 여전히 중용함으로써 조직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 총재 역시 1주년 기념 기자 오찬에서 “내부경영 면에서는 무엇보다 안정과 균형을 되찾는데 역점을 두고 인사와 조직을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 총재는 금융시장부를 금융시장국으로 개편하고 거시건전성분석국의 명칭을 금융안정국으로 변경하는등 조직체계 개편과 함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한은 핵심 자리 중 하나인 조사국장으로 영입하는 등 조사연구부문 강화에도 노력해왔다.
한은의 국제위상 강화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한은은 이 총재 재임 1년간 국제금융질서 재편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협력의 외연 확대와 질적수준을 제고했다고 평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대목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부문에 대한 평가에 대해 한 국회의원은 “평가할만한 게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제활동이 크게 줄지 않았다. 전임 총재는 너무 강조했던 반면 이 총재는 그것만 강조하진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