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로 실소유주 둘러싸고 진실공방 지속
[뉴스핌=정경환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공판이 30일 속개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제28형사부(재판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제17차 공판에서는 해외 페이퍼컴퍼니 CTI와 LF 명의의 카프로 주식이 누구 것인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996년 4월 카프로 차명 주식에 대한 매각 명령을 내렸고, 이에 효성과 코오롱 그리고 고려합섬이 카프로 주식 매각을 합의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은 카프로락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카프로 경영권 확보가 불가피했기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우호지분을 취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카프로에 대한 경영권을 반드시 가져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CTI와 LF를 통해 효성이 카프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고동윤이 CTI, LF 명의의 카프로 주식은 우호지분이 아니고, 개인 재산을 정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CTI, LF는 피고인 조석래 소유 주식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CTI, LF는 효성홍콩이 만든 것으로, 동양나이론이 100% 조달한 자금으로 카프로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CTI, LF 숨긴 거 인정한다. 다만, 조석래 개인 차원이 아니라 효성 회사 차원에서 숨긴 것이다"면서 "고동윤이 관리한 것도 맞다. 하지만, 고동윤은 기획팀 소속으로서 자기 업무인 지분율 관리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국세청도 과거 세무조사에서 카프로 주식 매각과 관련해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부과했다"면서 "이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효성 기획팀에서는 조회장 개인과 그 가족 재산까지도 관리했다"며 "고동윤은 조석래 개인의 지분율을 관리한 것이고, (그의) 세 아들에게 카프로 주식 매각한 것에도 모두 고동윤이 관여했다"며 "고동윤의 최종 결정권자는 조석래 회장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실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법인세로 부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변호인 측은 "진술보다는 자료를 중심으로 봐 달라"라며 우회적으로 검찰 측을 공격했다.
검찰은 "자료도 누가 어떤 의사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재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동윤, 정윤택 전 효성 재무본부장(사장), 이상태 전 재무본부 전무등 세 명이 효성을 떠났다.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겠는가"라며 "윤보영 효성 재무본부 상무는 현재 근무 중으로, 검찰과 법원에서의 진술이 완전히 상반된다. 현재 위증혐의로 기소, 1심 재판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자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에게 좀 더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13일에 열린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