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약세로 커피·설탕 가격 떨어질 듯
[뉴스핌=배효진 기자] 프랜차이즈 커피 한 잔 가격이 웬만한 식사 한 끼와 맞먹는 요즘, 브라질 통화 가치가 직장인들이 누리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좌지우지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부패스캔들과 긴축반대 등으로 정국 불안이 야기되면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1년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이에 세계 최대 사탕수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통화 약세가 커피와 설탕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커피 수확 현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25일(현지시각) 미국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아라비카 원두 5월물 선물은 전날보다 1.42% 오른 파운드당 1.3960달러를 기록했지만 2011년 고점인 2.9935달러에서는 53.36% 가까이 폭락한 수준이다.
설탕 5월물 선물도 전날보다 1.13% 상승한 파운드(약 0.45kg)당 12.52센트에 거래됐지만 2011년 고점대비 62.99% 낮은 수치다. 전날에는 12.38센트로 2009년 이후 6년래 최저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커피와 설탕 가격 약세가 브라질 헤알화 추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한다.
헤알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로 돌아서면 수출업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커피와 설탕이 달러화로 표시된다는 점에서 환차손에 따른 이익도 크게 남길 수 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전날보다 2.43% 오른 달러당 3.203헤알에 마감했다.(헤알화 가치 하락) 헤알화 가치는 연초대비로는 20.44%,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무려 32.25% 떨어졌다.
아울러 전날 브라질 중앙은행이 환율방어 목적으로 달러화를 팔고 헤알화를 사들이는 외한시장 개입을 오는 31일 끝내기로 발표한 것도 헤알화 약세를 부추겼다.
독일은행 코메르츠방크는 "헤알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세계 최대 사탕수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수출업자들은 저가에 많은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달 트럭운전사들이 대거 파업에 들어가는 등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며 "거시경제적 펀더멘털 부실과 복잡한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헤알화 약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미시 스미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의 농장주와 수출업자들은 헤알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코를 풀지 않고도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기후 영향으로 작물 생산량이 줄어든 데 따라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인터내셔널 에프씨스톤은 "지난해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전망보다 원두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 만회가 예상됐다"며 "(그러나) 강우가 일부 지역에 제한돼 공급 부족분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