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구속력 없어 수용 안해도 제재 못해
[뉴스핌=윤지혜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금호고속 인수전 참여에 반대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이 대립각이 세워질 전망이다.
20일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에 따르면 지난 18일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고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선 박 회장 주도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인수주체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IBK펀드는 우선매수권 주체가 적정한 지 등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고, 이 가운데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채권단은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과 맺은 MOU상 주요결정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박삼구 회장이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호산업이 현재 워크아웃 중이기 때문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금호고속을 인수하는데 재무적 부담을 받을 것이며, 이 같은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채권단이 반대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을 통해 그런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인수 주체를 다시 짜거나) 그 부분에 대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이 최후까지 금호산업을 통한 금호고속 인수를 고수할 경우, 현재로선 금호산업 채권단이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이 맺은 MOU는 중대한 결정에 대해 협의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있을뿐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다"면서 "채권단 입장을 박삼구 회장 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제재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금호산업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에서도 최종 인수 후보에 대한 비가격 요소를 중요하게 다룰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박 회장이 다시 금호산업을 찾아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금호고속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토대로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우선매수권 행사에 제동을 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채권단 측이 박삼구 회장 측 외 다른 입찰적격자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호고속 매각 주관사인 IBK펀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IBK펀드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며 이달 안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