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 10% 내로 제한…브랜드 가치 향상 추구
[뉴스핌=김민정 기자]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자사의 플래그십 가방 가격을 인하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세계의 판매 가격차를 줄여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샤넬이 중국에서 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이 장기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샤넬은 최근 자사의 대표 제품인 11.12백과 2.55모델 보이백의 가격을 내렸다. 중간 사이즈의 샤넬 2.55모델 가격은 중국에서 3만3200만위안(약 5358달러)으로 기존 4만2500위안(6838달러)에 비해 약 22% 정도 낮아졌다.
홍콩 침사추이 샤넬 매장 전경.[출처: 블룸버그통신] |
한국에서도 샤넬은 지난 17일부터 빈티지 미디움의 가격을 7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내렸고 보이백 스몰 사이즈도 612만원에서 470만원으로 인하했다. 이번 샤넬백 가격 조정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홍콩과 러시아, 베트남에서도 적용된다
반면 샤넬은 유럽에서 가격을 20% 가량 올렸다.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샤넬은 전세계적으로 10%가 넘는 가격 차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변경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제품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가격 조정 전 샤넬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판매되는 샤넬백의 가격차를 악용해 유럽에서 가방을 구입해 중국 등 아사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위 ‘회색시장(gray market)’이 활성화돼 골머리를 앓았다.
브루노 파블로스키 샤넬 패션 부문 대표는 회색시장과 관련해 “가격을 동일하게 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샤넬의 가격 조정 후 샤넬 보이백 가격차이는 프랑스와 중국에서 5%로 좁혀졌다. 조정 전 일부 제품의 경우 최근 유로화 가치 폭락으로 60%까지 가격 차가 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컨설턴트인 엠마뉴엘 헤멀리는 “샤넬이 가격을 인하한 것은 중단기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대담한 것”이라며 “그러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합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치품의 가격은 중국에서 유럽보다 대체로 30~40% 비싸다. WSJ에 따르면 이 차이는 최근 50~80%까지 벌어졌다.
이번 샤넬의 조치로 아직 가격 조정을 결정하지 않은 다른 명품 브랜드에 대한 가격 조정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찌의 재키 캔버스 숄더백은 베이징에서 파리보다 82% 비싸고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스피디30 핸드백 역시 중국에서 65% 비싸게 팔린다.
장클라우드 비버 루이비통-모엣샹동-헤네시 시계제조부문 대표는 “많은 브랜드들이 언젠가는 다른 나라와 다른 통화 사이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전세계 가격을 동일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