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민족주의 영합" vs "소비자권리 향상"
[뉴스핌=배효진 기자] 중국 내 해외기업들에게 매년 3월 15일은 생사의 갈림길로 통한다.
중국 관영매체 CCTV(중앙방송)가 저녁시간 방영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3·15 완후이(晚会: 만찬쇼라는 뜻)' 때문이다.
CCTV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3·15 완후이 [출처:CCTV] |
3·15 완후이는 1991년부터 방영된 프로그램으로 매년 소비자 피해와 불만 사례를 접수하고 불량기업을 집중 고발한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해외 기업들은 자신들이 불량기업으로 지목되지 않았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올해 CCTV가 지목한 기업은 최근 중국에서 급성장 중인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닛산자동차 등 주요 외제차 업체다. CCTV는 이들 업체가 중국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닛산자동차와 폭스바겐은 과도한 서비스 청구와 품질 결함 사례로 선정됐다. 닛산은 불필요한 항목을 추가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수리비용을 청구했고 폭스바겐은 소비자 불만에도 품질결함 인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다.
방송 직후 이들 업체는 보도로 인한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진화작업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딜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닛산자동차는 "수리 및 서비스 비용 과다청구 관련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회사 제일폭스바겐은 지난해 매출 39억9000만유로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11% 증가했다. 닛산자동차도 합작회사 둥펑인피니티의 지난해 1~3분기 판매량이 2만787대로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CCTV의 보도를 두고 중국 내 전문가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업체만 집중고발해 정작 중국 업체들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당국이 소비자권익 보호에 앞장서 본토 기업들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베이징외국어대학 챠오무 언론학부 교수는 "CCTV는 중국 국유기업의 독점과 같은 문제는 외면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불만만 집중 보도하고 있다"며 "민족주의에 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소비자협회 왕하이 대표는 "당국이 주도해 기업활동에 관련된 사건사고를 공개하는 것은 결국 중국 기업들의 제품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