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의무 수행' 우려..관료의 사외이사 선임도 눈총
[뉴스핌=이연춘 기자] 오는 13일부터 본격화되는 주총시즌을 앞둔 유통·식음료업계에 부적격 이사 선임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오너일가의 과도한 겸직 문제와 관료 및 사정기관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논란이 유통업계의 주총 이슈로 떠올랐다.
오너 일가의 경우 기업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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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겸직으로 회사기회편취 위험
국내 기관 투자가들과 계약을 맺고 주총 안건을 분석·자문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서스틴베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서경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에 대해 지나친 겸임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계열사 2곳의 사내이사, 대한화장품협회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으로 과도한 겸임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재선임건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재선임건도 과도한 겸임과 기업가치 훼손 문제 등이 지적됐다.
롯데쇼핑은 이달 20일 정기 주총을 열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및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배당총액 591억원 규모)을 결의할 계획이다.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장은 "그룹 내 11개 계열사 이사를 겸직 중인 신 총괄회장은 과다겸직으로 이사로서의 충실한 의무 수행이 염려되고, 회사 측 해명도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세금 탈루 등의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약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던 사실 등을 거론했다.
또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사내이사의 적격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CJ지배주주 일가는 1997년 CJ의 리픽싱옵션부 BW를 대부분 인수하고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유무상증자 뒤 행사가가 하락한 신주인수권 행사로 지분을 증가시키는 방식의 부당주식거래를 행한 이력이 있다. 또 손 회장이 선임되면 최대주주 및 총수일가가(손경식+이재현) 사내이사의 50%를 초과한다고 서스틴베스트는 반대를 권했다.
◆ 사외이사로 '고위 관료' 대거 영입
일부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적격성 논란을 빚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제일모직은 이대익 KCC 인재개발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는데, KCC가 현재 제일모직의 지분 약 10%를 보유 중인 제2대주주라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됐다.
현대백화점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김형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추천했다. 현재 청솔세무회계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균 전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국세청 대변인 등을 지낸 정통 국세청 전문가로 꼽힌다.
이마트 역시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박재영 전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실 행정자치 비서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와함께 이마트는 김성준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김성준 전 검사는 법무법인 산경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AK홀딩스는 다음달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정중택 의정부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를 사외이사 신규선임 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중택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법무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법조계 인사로 꼽힌다.
GS홈쇼핑은 구희권 전 국회사무장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푸드는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 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차관, 정진영 전 청와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키로 했다.
업계 일각에선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최근 각종 규제 이슈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잇따라 불어닥친 악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유통법에 의한 출점 및 영업시간에 규제를 받고 있고 이를 두고 각 지자체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인허가와 규제에 민감한 유통업체 특성상 법원, 수사기관, 정권 관계자에 대한 러브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