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하락, 연초 이후 상승분을 모두 토해냈다. 달러화가 유로화를 중심으로 주요 통화에 대해 강하게 오르면서 주가에 충격을 가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그리스의 구제금융 지원이 지연되는 데 따른 리스크 역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10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전날보다 333.78포인트(1.85%) 하락한 1만7662.94에 거래를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35.20포인트(1.69%) 떨어진 2044.23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82.64포인트(1.67%) 급락한 4859.80에 거래됐다.
이날 달러 인덱스가 1% 이상 상승하며 2003년 말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말 이후 9% 치솟았다.
지난 2월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룬 데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달러화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날 주가 급락은 달러화의 브레이크 없는 상승 기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달러화 급등이 수출주를 중심으로 이미 미국 기업의 수익성을 해치기 시작했고, 앞으로 기업 실적과 주가에 더욱 크게 흠집을 낼 것이라는 우려다.
차프델라인 포린 익스체인지의 더글러스 보스위크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달러화 강세의 속도”라며 “달러화가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무역 가중치를 기준으로 할 때 달러화 가치는 19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 고점에 못 미치는 실정이지만 최근 6개월간 상승 속도는 40년래 두 번째 기록에 해당한다.
장기적으로 달러화와 S&P500 지수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깝지만 달러화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의해 오를 때 주가는 하락 압박을 받는다고 투자자들은 설명했다.
분더리히 증권의 아트 호간 전략가는 “달러화 강세와 유가 하락이 이날 증시에 이중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백악관도 달러화 강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미국 경제의 역풍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특히 이날 유로/달러가 장중 1.07달러까지 밀리며 12년래 최저치를 또 한 차례 갈아치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달러가 패러티를 뚫고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록웰 글로벌 캐피탈의 피터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위험한 수위에 달했다”며 “S&P500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2050을 뚫고 내려간 만큼 기술적 조정이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화 강세 이외 유가 하락과 그리스 사태에 대한 경계감이 이날 주가 하락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종목별로는 휴렉 팩커드(HP)가 UBS의 투자의견 상향에도 1% 이내로 하락했다. UBS는 HP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여 잡았다.
의류 업체 얼반 아웃피터스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보합권에 머물렀고, 전날 애플워치를 포함해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이 0.2% 소폭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