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트라우마'로 인해 대형 원전 정책 고수...설자리 없어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수출 양해각서(MOU)를 맺은 스마트(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중소형 발전용 원자로다.
스마트 원자로는 일반 원자로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대형 원전에 비해 부지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다. 개발 당시부터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에선 원전으로 인한 갈등이 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대형 원전 중심의 원전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10일 킹 칼리드 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안전성 10배 이상 높고 경제성도 좋지만 국내선 '푸대접'
10일 정부에 따르면 스마트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1997년 개발에 착수해 2012년 개념설계를 완료, 일체형원자로 중에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이 기간 투여된 개발비용이 3103억원에 달하고, 참여한 연구자가 1500명이 넘었다.
스마트원전의 장점은 크게 5가지다. 우선 기존 원전과 달리 밖으로 드러나는 대형 냉각재 배관이 없다. 증시발생기 가압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을 압력용기 하나에 담은 일체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배관 파열로 인한 누출사고 가능성이 없다.
둘째, 투자비용도 대형 원전의 1/3~1/4으로 저렴하다. 대형 원전 한 기당 건설 비용이 3조~4조원에 이르는 반면 스마트는 1조원 정도면 가능하다. 건설공기도 36개월로 대형원전(48개월)에 비해 다.
셋째,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해 바닷가에 지어야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스마트는 강이나 호숫가에 지을 수도 있고, 공랭식 설계도 가능하다. 부지 선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신규 원전부지 선정 때마다 제한된 후보지를 놓고 홍역을 앓아야하는 우리 현실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소규모 분산형 전력망 구축이 가능하고 송배전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도시 전력을 인근지역에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같은 갈등을 피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를 비롯해 큰 섬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전력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전 세계 원전의 96.5%는 300MW 이하의 소형 원전"이라면서 "스마트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 시장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원자력계 관계자도 "스마트원전은 노후된 원전의 대체수단으로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밀양송전탑 같은 송배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한수원 대형원전 정책 고수…내수 포기하고 수출로 전환
스마트 원자로는 설계가 끝난 후 시범 발전소(실증 모델)이 없어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에서는 발붙일 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MW급 중소형 원전 '스마트(SMART)' 모형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강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해도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형 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중소형 원전은 설 자리가 없는 셈이다. 스마트도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수출을 겨냥하고 만들어졌다.
제주도나 울릉도처럼 비교적 인구가 많은 섬에 제격이지만 청정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제주도 같은 대형 섬의 경우 상용화하기에 딱 좋은 여건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MOU에는 원자로 건설뿐 아니라 인력 양성, 기술 이전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조건이 포함돼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