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공학도가 만든 인간형 로봇 이야기 '채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데브 파텔이 스카우트 개발자 디온을 열연했다. [사진=UPI코리아] |
오는 12일 개봉하는 ‘채피’는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2016년 요하네스버그가 배경이다. 흉악한 살인사건이 하루에만 300건이나 발생할 만큼 시민이 불안에 떨자 경찰당국이 새로 개발된 로봇경찰 스카우트를 투입하며 대반전이 벌어진다.
천재 공학자 디온(데브 파텔)이 개발한 스카우트는 방탄막을 두른 인간형 로봇. 완벽한 보안으로 통제되는 스카우트들은 두려움 없이 위험한 범죄현장에 뛰어들어 혁혁한 공을 세운다.
닐 블롬캠프 감독이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2013)에 이어 세 번째로 선을 보이는 SF ‘채피’는 디온이 개발한 인간과 똑같은 인공감정을 다뤘다.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감독 나름대로 창조해낸 가상의 현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간감정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 '채피'. 이 장면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2009)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사진=UPI코리아] |
악역도 잘 소화하는 휴 잭맨 [사진=UPI코리아] |
이야기 쪽에서 보면 ‘채피’는 닐 블롬캠프 감독이 자랑하는 독창적인 SF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로봇이 인공지능을 갖는 이야기는 이미 다수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 영화들이 다뤘다. 인간 감정에 눈뜬 로봇이 진짜 인간과 동화되고 화합하는 과정 역시 새로울 바 없다.
반대로 인간이 감정을 가진 로봇을 이해하고 아이 같은 채피를 끈기를 갖고 교육시키는 과정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갱스터들이 로봇의 심정을 헤아리고 가족이 돼가는 전개가 충실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인간과 로봇, 감정, 그리고 영생을 연달아 다룬 닐 블롬캠프의 SF 철학은 이 작품에서 보다 확장되고 정돈된 느낌이다.
여담으로 ‘엘리시움’이 개봉할 때도 그랬지만, 감독의 역작 ‘디스트릭트9’의 후속작은 언제 나올지 기다려진다.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인들은 동족이 돼버린 샬토 코플리를 지구에 남기면서 “3년 뒤 돌아오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이 약속한 3년은 이미 지나 어느덧 6년을 바라본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