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리스크 등장으로 달러 영향력 희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3년간 금값 등락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던 달러가 영향력을 상실했다.
달러화와 거의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금값이 올들어 뚜렷한 추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그렉시트가 금융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1월 금값과 달러 인덱스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1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1일 때 두 개 자산의 가격이 완전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따라서 최근 수치가 상승한 것은 금값과 달러 인덱스의 음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초 이후 금값은 달러화 강세 흐름에도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지난 1월 금 선물은 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3년래 최대 상승폭에 해당한다.
앞서 2개 분기 동안 금값은 10% 떨어졌고, 이는 달러 인덱스가 13% 뛴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금값은 달러화 향방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금값은 하락 압박을 받았고, 달러화가 단기적인 조정을 보일 때 금값은 상승했다.
올들어 이 같은 역학관계가 깨진 것은 그리스의 부채위기가 금융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시장 애널리스트는 판단하고 있다.
샤프 픽슬리의 로스 노먼 금속 딜러는 “최근 몇 달 사이 금값과 달러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가 크게 흔들렸다”며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진 것은 그리스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아 캐피탈 마켓의 르네 호크라이터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금값은 시장의 공포 심리에 따라 등락하고 있다”며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금값이 상승하고, 투자심리가 진정될 때 금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금값에 대한 달러화의 영향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틱시스의 버나드 다다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로 가면서 금값에 대한 달러화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상승이 달러화 표시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한편 금값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 투자은행(IB)의 금값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ABN 암로는 800달러까지 밀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