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니시리즈 ‘왕의 얼굴’에서 광해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한 서인국이 촬영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왕의 얼굴’은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서인국의 첫 사극 도전작. 현대극과 다른 풍경의 세트장, 그 안에서 소화해야 했던 사극톤의 말투나 습관이 그의 말처럼 이젠 꿈 속 이야기 같다. 드라마를 마치며 기울인 한잔 술과 함께 서인국은 긴 꿈에서 깨고, 그렇게 현실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많은 걸 느낀 작품이에요. 솔직히 시청률에 대해선 전혀 신경이 안 쓰였다곤 말할 수 없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것으로 제가 흔들린다면, 그로 인해 주위까지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뭐랄까, 타이틀롤로서 보다 현장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15세부터 왕이 되기까지 광해의 성장 스토리를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 톤으로 연기를 이어가면 어색할 것 같았죠. 왕자일 때에는 호기심 강하고 총명한 느낌을 주려 했어요. 말투는 좀더 편한 느낌으로요. (광해가)전란을 겪으면서는 일부러 살도 빼고, 전장을 누비는 한 사람의 장수를 보여주고 싶었죠. 일부러 말투도 강하게 했어요. 그 이후에는 전란 때 겪었던 느낌을 갖고, 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의 굳건함을 드러내고 싶었고요.”
서인국은 ‘왕의 얼굴’을 통해 사극이 필요로하는 연기톤을 선보이는가 하면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돌이켜 봤을 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촬영 과정에서 느낀 기쁨 덕이다.
“정통사극을 하면 더 다른 느낌이었겠죠?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좋은 일들도 많았고, 지금도 생각해보면 ‘좋았다’란 느낌이 강해서 사극이라면 다시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수염 분장을 했는데(웃음), 주변 배우들도 ‘수염은 아니다’고 한 마디씩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나중에 한 수염 분장은 좀 괜찮았던 것 같고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어요. 변신한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거에서 분장 자체의 재미가 있었죠. 콧수염을 달면 어떨까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분장하고 나선 주위 배우들과 사진 찍고 정말 즐거웠어요.”
“시간이 흐른 만큼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느 정도 필터링이 익숙해요. 칭찬은 칭찬대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비판은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반성하려 하고요. 가수로서 목표는 저의 음악과 감성으로 듣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예요. 제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할 때, 청중이 ‘쟤가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게끔요. 제가 노래로 하고 싶은 말과 감성을 전달하고 싶어요. 제 경험과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노래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서인국이 안 보이는 연기를 할 수 있어야겠죠. 캐릭터에 녹아드는 배우가 꿈입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