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하게 다른 과거와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년배우의 이야기 '버드맨'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영화 ‘버드맨’은 동명의 히어로무비 주인공의 이야기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으나 현재는 돈도 명예도 다 날린 퇴물배우 리건(마이클 키튼)의 피곤한 일상이 영화 전면에 펼쳐진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한 리건은 빠듯한 예산과 삐걱대는 배우들, 그리고 재활센터를 전전하는 딸 샘(엠마 스톤) 탓에 머리가 아프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비상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버드맨'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버드맨’이 호평 받는 가장 큰 요인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날 것 그대로, 그러면서도 꽤 고급스럽게 담아낸 점이 아닐까 한다. 리드미컬한 퍼쿠션 사운드 속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는 우리 생이 품은 다양한 감정을 아우른다. 마치 주마등처럼 돌아가는 영화 속 감정들을 섬세하게 터치한 감독의 실력도 빼어나다.
이런 ‘버드맨’의 견고한 장점들을 완성한 배우는 누가 뭐래도 마이클 키튼이다. 그 역시 ‘배트맨’으로 리건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연기에 더 힘이 실린 느낌이다. 특히 리건이 정신병자 같은 메소드 연기자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와 처음 만난 장면, 속옷 한 장만 걸치고 타임스스퀘어를 질주하는 신이 압권이다.
'버드맨'에서 가장 즐거운 볼거리는 마이클 키튼(오른쪽)과 에드워드 노튼의 대립이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현실과 무대 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감독의 연출도 눈에 띈다. ‘버드맨’ 속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기와 무대 밖에서 펼치는 연기는 각각 ‘연기’와 ‘실상’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감독은 이런 구도와 연출을 통해 ‘버드맨’에 담긴 모든 화면이 마치 우리의 일상이나 인생처럼 느껴지게 한다. 덕분에 객석은 마치 무대 위에서 한바탕 뛰놀다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사견이지만 마이클 키튼이 ‘버드맨’으로 아카데미(남우주연상)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위플래쉬’의 J.K.시몬스가 에드워드 노튼(남우조연상)을 꺾은 건 백보 양보해 인정해도, 에디 레드메인이 마이클 키튼의 강렬함을 넘었다고는 납득할 수 없다. 차라리 그럴 거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갔어야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