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트라우마…'수익률 0%' 현금비중 늘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엇일까.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너무 높은 현금 비중'과 '너무 많은 보유종목'이 대표적이라고 10일(현지시각)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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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뉴욕증시가 지난해 수십번씩 신고점을 갈아치우는 강세장을 보였지만 이들에겐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운용수익률이 0%인 현금이 포트폴리오의 약 20%를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폴리오의 데이비드 마 사업개발 부문 대표는 "수익률이 안 좋게 나온 투자자들의 경우 현금 보유비중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 외에도 현금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어플라이드리서치센터(ARC)가 지난해 투자자 2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6%에 이르렀다.
미국 투자자들이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현금을 갖고 있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금융위기 트라우마'에서 찾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에 대비해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미리 손에 쥐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ARC 수잔 던컨 글로벌 리서치부문 헤드는 "금융위기의 악몽이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아예 액수가 많은 현금을 장롱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던컨은 과거 대공황 시절에도 투자자들이 현금성 자산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금 비중을 줄이고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을까. CNN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너무 많은 종목을 보유하는 등 투자성향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우에도 수익률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마 대표는 "보유 종목이 많으면 어떤 것을 넣고 어떤 것을 줄일지 고민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된다"며 "이 과정에서 돈을 벌기보다는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던컨은 "종목이 많으면 매매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고, 거래 수수료도 증가한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자신의 투자 수익률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픈폴리오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투자 종목이 10개가 넘는 경우 2~3개 종목에 투자할 때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연령대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손실이 줄어드는 패턴도 나타났다. 마 대표는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연령층은 25세 이하의 젊은 투자자들보다 돈을 적게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