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인하·중개사 수급 조절 요구…기업형 임대 방안도 일부 후퇴시켜
[뉴스핌=한태희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지나찬 '밥그릇 지키기'공세에 국토교통부 정책이 잇따라 후퇴하고 있다.
중개사협회의 반대로 국토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임차인 모집 허용방안이 백지화했다. 이에 앞서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중개수수료율 인하방안 시행도 늦춰졌다.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중개 수수료 인하와 중개사 수급 조절을 포함한 중개업 관련 현안에서 협회 의견이 잇따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토부가 중개 수수료율 인하를 예고했지만 협회는 '고정 요율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매매 및 전월세 거래 중개 수수료율을 절반 가량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다. 매맷값과 전셋값 상승으로 수수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억~9억원 주택 매매 수수료는 현 0.9% 이하 협의에서 0.5% 이하 협의로 낮췄다. 3억~6억원 전월세 거래 수수료는 0.8% 이하 협의에서 0.4% 이하 협의로 조정했다.
협회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서 매매와 전월세 거래 수수료를 기존 최고 요율인 0.5%, 0.4%로 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정 요율을 정해 놓으면 고객과의 분쟁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면 6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중개 수수료는 540만원(0.9% 적용)에서 300만원(0.5% 적용)으로 낮아진다. 국토부는 300만원 안에서 중개사와 매매 당사자가 협상할 여지를 남겨 놓자는 것이고 중개사협회는 300만원에 고정시키자는 주장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제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협회 의견을 받아들인 경기도의회는 지난 5일 도시환경위원회에서 기존 '상한요율제'를 '고정요율제'로 바꿨다. 중개 수수료는 지자체 조례로 결정된다.
다만 국토부와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히자 경기도의회는 조례안 상정을 내달 10일 본회의로 넘겼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현행 중개보수체계가 확정된 후 주택 전셋값과 매맷값이 올라 주택 거래자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이 많이 늘었다"며 "거래 관행을 기초로 공급자인 중개업계와 수요자인 거래자의 이해를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중개업계가 반발을 하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개업계가 국토부의 중개업계 관련 정책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중개업계는 중개수수료율 인하와 뉴스테이 임차인 모집 그리고 중개사 수급 조절 등에서 업계의 이해를 정책에 반영시키는데 성공했다. |
이에 앞서 지난 1월 국토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육성 계획도 일부 후퇴했다.
당초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임차인 모집을 허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종 발표문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 이번에도 중개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에서 반발해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을 모집하면 전월세 거래자가 크게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중개업계를 중심으로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당초 발표문에는 임차인 모집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최종 발표문에서는 빠졌다"며 "당정 협의 후 해당 내용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토부는 최근 중개사 수를 줄인다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중개사 수급 조절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 수급조절은 중개사가 포화 상태란 이유 때문이다. 이 역시 중개업계가 꾸준히 요구한 내용을 국토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감정평가사들의 공시가격 산정 업무 거부를 시작으로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익단체들과 충분한 협의를 갖고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