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개발 기대감”…상인 “생존권 위협”
[뉴스핌=김승현 기자]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7017프로젝트’ 발표에 대해 고가 주변 상인과 주민들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고가도로가 공원으로 조성되면 주거 환경이 쾌적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반면 생업수단인 고가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상인들은 박 시장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의 한쪽 끝인 만리동 주변 아파트 주민 사이에는 고가 공원화에 따른 개발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만리동, 청파동 일대 봉제업체와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는 크다.
서울역 고가와 연결돼 있는 만리재로 모습. |
서울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만리동1가 ‘서울역리가’에 사는 김모 씨(48)는 “서울역 주변이라 교통은 편리하지만 주변이 낙후돼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고가가 공원이 되면 환경이 쾌적해 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만리동2가에 있는 서울역센트럴자이 앞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역고가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아 아직 이 근방 아파트 거래량이 늘거나 매맷값이 오르진 않았지만 고가가 공원화되면 ”가격이 오를 것 같냐“는 문의가 하루 2~3건 정도 있다”고 말했다.
센트럴자이 분양담당자는 “고가 공원화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하루 100여통 정도 온다”며 “서울시가 추진 의지를 재확인할수록 이 곳 아파트 시장에 호재라고 보는 분위기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민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고가 주변 상인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심하다. 남대문시장 골목 곳곳에는 ‘고가 공원화를 결사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남대문시장 곳곳에는 고가 공원화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
한 꽃집 상인은 “오가는 길이 남대문로와 퇴계로 뿐인데 (퇴계로에 연결돼 있는) 고가를 막으면 배달 시간이 생명인 가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호 남대문시장 상인회 총괄본부장은 “서울역 고가는 남대문시장 상인의 생존권의 문제”라며 “박 시장은 남대문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공원을 보러오는 관광객과 시장 손님은 수요가 달라 서울시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를 기준으로 남대문시장 반대쪽에 있는 만리동 일대 공장 관계자들도 공원화에 부정적이다.
만리동1가 디오빌 주변에 있는 한 봉제공장의 사장은 “이 일대 대부분 공장은 동대문시장에서 원단을 받아 다시 납품한다. 고가를 이용하면 20분 내로 갈 수 있는 거리를 30분 넘게 가야한다는 것은 이 곳을 떠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