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자신을 겨냥한 'F학점' 대자보나 '최씨 아저씨게 보내는 협박편지' 대자보가 잇따라 화제가 되자 직접 대학생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2% 부족했다. 소통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26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서울지역 12개 대학 20여명의 대학생들과 '호프톡' 시간을 가졌다. 지난 8일 충남대에서 열린 '캠퍼스 톡'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정규직의 연공 서열이나 호봉제로 인해 계속 연봉 늘어나서 부담되니까 정규직을 안 뽑고 비정규직 뽑는 것"이라며 "젊은이들한테 돌아가는 게 한정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대로 희망이 있는 가고 싶은 중소기업을 늘리면 취업난이 완화되지 않겠느냐"며 "4대 구조 개혁과 청년실업 해소가 포커스"라고 덧붙였다.
이는 잇따른 대자보를 통해 자신이 추진하는 경제정책과 특히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적극 해명한 것이다.
그런데 호프톡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기자에게 "개인적으로 '최씨 아저씨 대자보'에 공감하지 않아요"라며 "오히려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 대부분을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의아했다. F학점을 받은 학생이 학점 이의신청을 할때는 F학점을 준 교수한테 해야한다. 이에 비춰보면 이 학생은 호프톡 개최 취지와 맞지 않는 초대 대상이다. 이 학생은 최 부총리의 소통 능력에 A+ 학점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는 신촌 인근의 각 대학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등을 통해 지원자를 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내심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이 참석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참석한 것이다.
최 부총리가 소통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대자보를 작성한 대학생들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9일 광화문 광장에서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연 '최경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학생 일동' 등과 대화한다면 더욱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꼭 이들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을 'F 학점'이라고 생각하는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을 말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기회가 된다면 'F 학점 대자보' 등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한 학생들을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 만남이 이뤄지진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