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본격 개시…유동성 유입에 국내 채권 강세
이에 최근 매파색채가 짙어진 한국은행이 글로벌 중앙은행 완화기조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법하지만 국내 시장참여자들은 별다른 동요없이 신중한 모습이다. 본격화된 환율전쟁 속에서 통화정책보다는 규제 강화 등으로 유로화 대비 원화절상(강세)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AP/뉴시스> |
지난 22일(현지시간) ECB는 월 600억유로로 국채매입 규모를 확정해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예고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경기부양이 가시화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ECB의 대응이 공표된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모아졌다.
국내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ECB 양적완화 규모는 국내 시장에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한다. 그러면서 유로존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질 자금의 종착역은 미국 또는 건실한 신흥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건실한 신흥국'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자산운용사의 A 채권딜러는 "경기가 좋을 때에는 주식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때, 채권은 반대로 움직이나 지금과 같은 유동성 랠리 상황에서는 단기간 주식과 채권 모두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통화전쟁 분위기가 불거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하 기대감이 여전한데도 단기물 금리가 빠지지 않는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으로 연결되는데 의문을 품는 한은 입장을 시장 참여자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장 관건이 될 수 있는 것은 유로화 대비 원화절상 여부다. 정책당국자들 입장에서는 국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어 원화절상을 막으려 할 것이고 저절로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채권시장은 환율 조정에서 금리 대응의 한계를 논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주장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공무역을 고려한 수출액으로 보면 유럽 쪽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유로화 대비 원화절상폭 여부는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통화로 쓰이는 통화는 금리 수준이 매우 중요하나, 원화는 조달통화로 쓰이지 않으며 실제로 환율을 금리로 대응할 때의 효과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도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원화절상은 금리 대응 보다는 시장규제 강화로 외인 자금 유입을 조정을 하거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풀려있는 유동성이 많은 데다 두 번이나 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25bp 인하로는 환율 방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외국계은행의 B 채권딜러는 "환율 방어를 위해 인하보다는 스무딩 또는 약 100조원 규모의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자금을 내보내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듯 하다"며 "주식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해 건드릴 수 없겠지만, 금리는 통제가 비교적 쉬우니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등 규제를 소폭 강화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만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 여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리 인하를 하는 것은 도박이며 현재상황에서 통화정책 대응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