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출 탄력 전망 속 경쟁심화 우려
[뉴스핌=이강혁 송주오 기자] 국내 산업계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은 대(對) 유럽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당장 어떤 영향이 미칠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은 없는지를 현재로써 판단하기 어렵다며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ECB는 오는 3월부터 매월 600억유로(약74조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22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최소 내년 9월까지 시행된다. 국채 매입 등으로 시중에 풀리는 돈만 1조1000억유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300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위축됐던 유럽 경제에는 상당한 파급효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도 양적완화 조치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유럽 경제도 반등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특히 디플레이션 우려로 억제돼 온 내구재 판매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경기부양책으로 유럽 경제와 소비가 나아진다면 국내 산업계에도 훈풍이 불 수 있다. 대(對) 유럽 수출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유럽의 내구재 시장이 회복되면 국내 자동차와 IT전자 등 그동안 부진했던 주요 산업에도 활기가 띌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표적 내구재 제품인 자동차의 경우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많은 돈이 풀리면 주저했던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다 보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 여력이 늘어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도 "유럽 시장의 돈이 풀려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산업 전체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지난 2007년 이후 지속돼 온 유럽시장에서의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난 상태다. 국산 자동차는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년 대비 5.4% 증가한 1300만6451대가 판매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부양이 본격화되면 더욱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로화 약세 등에 따라 오히려 시장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이번 조치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기대보다 자동차 업계의 수혜를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이고 자동차 수출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규모가 기대감만큼 커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유로화 약세로 시장 경쟁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T전자업계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업종 특성상 환율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데다 실물경제가 살아난다고 해서 수출이 급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견해다.
한 전자업체 관게자는 "실물경제로 내려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시간을 더 두고 봐야 어떤 효과가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의 관계자도 "이번 조치가 실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송주오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