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 폐지하고 공론화해야"
[뉴스핌=정탁윤 기자] "본격적인 증세(增稅)는 아니다. 그렇지만 증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박근혜식 증세'다."
새누리당내 정책통인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담뱃값 인상에 이어 바뀐 세제에 따른 연말정산 역시 '사실상의 증세' 아니냔 지적에 대해 여당내 정책통이 '증세'라고 인정한 것이다.
▲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증세 없는 복지'를 기치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지금껏 증세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예산 부족에서 비롯된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지난 연말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가 터졌을때도 정부여당은 "증세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13년, 이번에 '13월의 세금폭탄'이 된 현행 세제개편안을 설계했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더 늘리는 동시에 박대통령의 '공약가계부' 이행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인 올해 새해 벽두부터 여당내에서조차 '증세 언급 금기'를 깨려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1일 공개회의에서 연말정산 세제개편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과적으로 정부에서도 9300억 원의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을 설계한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냐 아니냐를 떠나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들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도 "(세제개편이) 사실상 증세나 다름 없는데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갇혀 있다 보니 세부담이 늘었는데도 증세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이번 연말정산과 같은 편법증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 의원은 "정부는 이제라도 복지혜택은 국민 부담이 전제된다는 기초산수에 따라 증세 필요성을 인정하든지, 일부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불요불급한 세출구조를 혁파하든지, 세제개편 등 세금에 대해 솔직하게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 '펑크' 규모는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조 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규모의 세수 결손에 이어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복지 정책은 실현해야 하는데 돈은 없고, 증세는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결국 복지 재정 확보를 위해 '꼼수'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차별없이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던 후보시절 핵심공약도 차등지급으로 바꾸면서 조삼모사 논란을 일으켰다. 반값등록금 등 다른 복지 공약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복지 없는 증세'가 될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본격적이지 않은 증세를 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 보기에 '꼼수 증세'란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나 부의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쁘게 보면 꼼수지만 우리로서는 (경제에) 큰 영향을 안주면서 살짝살짝 증세를 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