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세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조슈아는 자식들의 생사를 모른 채 4년을 살아간다. 아이들의 죽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그는 호주의 척박한 황무지에서도 수맥을 찾아내며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국땅으로 떠난 아들들을 그리다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결국 어느 날 사건이 벌어진다. 아들의 빈자리에 고통 받던 아내가 그만 웅덩이에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 것. 비로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은 조슈아는 그길로 먼 이국땅 터키로 떠난다. 과연 조슈아는 꿈에도 그리던 세 아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영화 ‘워터 디바이너’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참혹했던 갈리폴리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터키 갈리폴리 지역에서 벌어진 이 전투로 무려 8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슈아는 이 참혹한 전투에 참전한 아들의 주검을 찾으러 온 유일한 인물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워터 디바이너’는 명배우 러셀 크로우의 1인2역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미 ‘글래디에이터’와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획득한 러셀 크로우는 주인공 조슈아를 연기하며 연출까지 담당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워터 디바이너’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면서도 긴박한 전투신은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가족과 애끓는 부정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적국 호주 출신 조슈아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사람들의 존재감도 드라마의 풍미를 더한다. 조슈아가 아들의 시신을 찾도록 돕는 터키군 소령 핫산은 터키 국민배우 일마즈 에르도간이 맡았다. 전쟁 탓에 남편을 잃었지만 조슈아에게 연민과 연정을 느끼는 아이셰는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올가 쿠릴렌코가 맡았다.
쏟아지는 총탄과 긴박한 전투신은 없지만 ‘워터 디바이너’는 나름의 연출로 전쟁의 무의미함을 객석에 전달한다. 조슈아의 세 아들이 캄캄한 밤 전장 한복판에 누운 장면은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강렬한 신이다. 그리운 집과 부모 생각에 눈물 흘리는 세 아들이 전쟁의 공포에 벌벌 떨며 나누는 짧은 대화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장남 아서(라이언 코어)의 눈물과 고뇌는 ‘워터 디바이너’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