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에 에너지 원자재 시장 고사 우려도
[뉴스핌=배효진 기자] 지난해부터 하락장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제 원유업계의 올해 승패는 유가급락과 수요 위축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엘 크레인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18일(현지시각) 불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럴당 100달러의 수퍼사이클을 벗어난 원유가 가격 조정에 들어가면서 업계는 수익유지를 위해 공급 과잉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며 “꾸준한 공급을 견딜 체력이 뒷받침되느냐가 올해 원유 업계 승패를 가를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은 5.3% 급등한 48.69달러에 장을 마치며 반등 가능성을 높였지만 저유가 대세론을 꺽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저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 양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생산현장 [사진 : 국제에너지기구(IEA)] |
현재 원유 업계는 수익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 9일 기준 미국 내 원유(크루드 오일) 생산량도 하루 919만배럴를 기록하며 1983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유연탄과 야금용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가 절반 가까이 폭락했음에도 주요 생산국들이 공급 물량을 늘린 것과 같은 행보가 원유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철광석이 47% 가까이 떨어졌지만 생산국인 호주·브라질은 오히려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한편 원유 업계의 공급 확대일로에 에너지 원자재 상품 시장 전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시티그룹은 올해 철광석과 석탄 가격 전망치를 t(톤)당 58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유가 급락이 석탄, 철광석 등 기타 에너지 원자재 가격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대 소비국 중국의 수요 위축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유가가 운송비 부담을 줄여 하락세를 더욱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레녹스 팻프로펫츠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산유기구인 OPEC은 다른 원자재 시장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공급 경쟁을 줄이지 않으면 에너지 원자재 시장은 고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수할리 알 마즈로에이 아랍에미레이트(UAE) 에너지 장관도 “현 수준의 유가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OPEC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공급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