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남 1970’에서 종대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오른쪽)와 용기를 열연한 배우 김래원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한 건 3년이 지난 후. 종대는 잘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건달 생활을 하며 정보와 권력의 수뇌부와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 다툼에 뛰어들고 용기는 명동파 중간보스로 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정치권까지 개입된 의리와 음모, 배신의 전쟁터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영화 ‘강남 1970’(제작 ㈜모베라픽처스·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은 알려진 대로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를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대단원의 막을 고하는 작품인 만큼 그간의 작품보다 훨씬 남성적이고 가장 거친 작품이다. 쉽게 말해 폭력 수위가 가장 세다. ‘돈’과 ‘땅’에 사로잡힌 두 남자의 거친 삶이 액션으로 묻어나올 때 관객은 눈을 뗄 수 없다.
이 중에서도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자면 단연 진흙탕 격투신이다. 연인원 150여 명 배우가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주일간 비 내리는 진흙탕 속에서 촬영한 이 장면은 엄청난 스케일과 배우들의 열연 속에 빛을 발한다. 여기에 “땅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붉은 황토에 빗대어 핏물과 황토가 뒤섞인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유하 감독의 숨은 의미가 와 닿으면서 그 어떤 장면보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물론 액션만큼 강렬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영화는 초반부터 조직 간의 싸움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 즉 뒤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이용하는 정치 세계를 간간이 보여준다. 종대와 용기,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거친 싸움은 결국 정치자금을 위해 강남땅을 두고 이빨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의 대리전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극 말미 선거 유세 장면과 연결, 현 사회의 모습에 결부시키며 비릿한 충고를 전한다.
앞서 유 감독은 “그들의 인생은 무허가 인생에서 허가인생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한순간 무허가 인생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용기의 폭력이 정치인들의 폭력보다 더 한가?”라고 반문, 영화가 단순 조폭 영화가 아님을 시사했다.
영화 ‘강남 1970’에서 종대로 분해 거친 남성미를 보여준 배우 이민호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
여기에 김래원이 밑바닥을 겪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백용기를 열연, 영화에 힘을 보탰다. 15kg 감량 후 한층 날렵한 몸매로 돌아온 김래원은 강렬한 액션신부터 화끈한 베드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스토리 이해에 어려움을 줄 정도는 아니나 느닷없는 컷과 컷의 연결 탓에 이야기가 종종 끊기는 감이 있다. 여기에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135분)과 다소 과한 주변 인물들의 등장(하지만 설명은 친절하지 않은)으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건 확실히 단점에 가깝다. 유하 감독 전작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거나 예상외로 강도가 세다는 점에서는 호불호가 가릴만하다.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