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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포스터 |
불안의 기저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적응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불안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이나 사고를 대비하라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불안이나 사회공포는 그런 일반적인 불안의 기저와는 맥을 달리하는 것 같다. 사회불안의 기저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적대감과 같은 드러내서는 안되는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는 사회에 순응적이고 수용될 수 있는 감정만을 드러내기 위해 과 적응된 형태일 수도 있다.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이성과의 교재 특히 성관계에서 부적절할 정도로 두려움을 갖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건강한 남자가 그럴 리가 없다며, 분명 성적인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영화 첫 장면에서 남자의 중요 부분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하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정상적인 성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그래서 결혼도 못하고 혼자서 사는 독신남 앤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앤디는 순박하고 착하며 성실한 남자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안다. 그러나 그는 이 ‘섹스’ 얘기만 나오면 작아진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 런지, 상대 여자가 실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 그를 친구들은 걱정하며 그가 진짜 남자가 되도록 조력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하다. 원인은 무시한 채 기술만 전수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 예전에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여자) 없다’며 숫기 없는 남자들에게 주변에서 막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건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고 ‘적극적인 태도’와 ‘무식하게 들이대는 것’은 다르다.
성관계도 마찬가지다. 포르노에 나오는 그런 '행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일부분으로써 ’성‘은 남성과 여성이 만나 서로 사랑을 키우고 신뢰를 쌓으며 ’관계‘를 맺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앤디는 그런 관계의 질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남성으로써 ’잘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쓸모없는 놈이고, 여성들로부터 거부당할 것이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번히 여성들 앞에서 실수하고 이런 실수가 반복됨으로써 남성으로서의 그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그러던 중 앤디는 자신이 일하는 매장 근처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혼녀 트리쉬를 만난다. 앤디는 자신만의 비밀 ‘나는 한 번도 못 해본 못난 놈’이라는 수치스러움을 어떻게든 극복해보고자 한다. 트리쉬는 이혼한 세 아이의 엄마였고 이런 사실이 앤디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편 그런 그녀로부터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으로 작용한다. 트리쉬의 아이들과도 친구처럼 잘 지내는 앤디를 트리쉬는 점점 좋아하게 되지만, 어쩐 일인지 자신과 잠자리를 원하지 않는 듯한 앤디의 태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너무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고 비난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하지 않으면 무가치하다’는 식의 비합리적이고 역기능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완벽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병은 깊어진다. 완벽해지려고 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그 생각들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고 도전을 한다면, 실패 경험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성공의 경험도 많이 쌓임으로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나치게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일을 망치게 되고 그럴 때마다 그는 도망치듯 그런 상황을 도피하거나 아님 그런 상황을 필사적으로 회피함으로서 긍정적인 경험조차도 갖지 못하게 된다.
인정하면 좋아지는 것
앤디를 이상하게 여기고 그와 헤어지려고 하는 트리쉬를 쫒아가다 앤디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트리쉬가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트리쉬를 보며 말한다.
“사실은 난 ... 아직까지 경험이 없어요...”
그러나, 트리쉬는 그게 뭐가 대수냐며 오히려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생각해보니,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 것이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고백을 하고 나니 한 결 마음이 편하고 상대방과 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늦었지만 사랑을 얻은 앤디와 트리쉬는 뜨거운 포옹과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 2005
- 감독 주드 애파토우/ 출연 스티브 카렐, 캐서린 키너, 폴러드, 로머니 말코
- 40살인 앤디(스티브 카렐)는 대형 가전제품 매장 직원이다. 평범하고 친절하며 때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그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 40살이 되도록 단 한번도 섹스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런 그를 불쌍히 여긴 친구들이 그를 돕지만 번번히 실패 경험만 할 분이다. 그러던 중 자신의 매장 건너편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트리쉬(캐서린)을 만나게 되면서 그도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