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쿠퍼의 전쟁 후유증 연기가 돋보이는 '아메리칸 스나이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
텍사스 출신에 애국심 강한 크리스 카일은 조국이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 그길로 입대한다.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네이비실 대원이 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사격실력을 인정받아 스나이퍼로 배속된다.
애국심 하나로 파병에 동참했지만 막상 마주한 현장은 지옥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크리스 카일은 고도의 정신력으로 보이지 않는 적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한다. 얼마 안 가 주둔군 사이에서 그의 이름은 전설이 되지만, 알 듯 모를 듯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뭔가에 크리스 카일은 불안하기만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선을 보이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911테러 등 미국과 이슬람 무장세력 간에 벌어진 지난한 싸움을 다룬 전쟁드라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사막을 밟은 피 끓는 사내들이 총탄에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장면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재회하는 크리스 카일. 하지만 그는 전쟁이 가져다준 지독한 후유증에 괴로워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
전쟁의 참상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허트로커’나 일본 애니메이션 ‘지옥의 외인부대’와 맥락을 같이 한다. 더욱이 두 저격수의 대결을 다뤘다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에너미 앳 더 게이트’와 비슷하다. 카일의 관자놀이를 노리는 무장세력 천재 저격병의 존재는 영화 중반 이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억지 같은 연출이 거슬리기는 한다마는, 극의 몰입에 큰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다.
‘행오버’ ‘A특공대’처럼 느물느물하고 익살맞은 역할이 어울릴 줄 알았던 브래들리 쿠퍼의 진지함에는 적잖게 놀랐다. 이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내면연기를 보여준 그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선 내공이 더 단단해졌다. 10kg 넘게 체중을 불려가며 리얼리티를 위해 몸을 던진 그의 열정도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빛낸다. 더불어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그랜 토리노’(2008) ‘체인질링’(2008)에 이어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보여준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85)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