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 최경환·이주열 참석
[뉴스핌=정연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올해에는 각국 통화정책방향이 엇갈리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5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2013년 한 연설에서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장기침체, 소위 세큘러 스태그네이션(secular stagnation, 구조적 장기침체)이라는 이슈를 제기했을 때 여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운 일상,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것도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환경, 다시 말해 저성장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엔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모임인 BIS가 전 세계적으로 금융부문의 위험추구 성향이 과도함을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간 상호연계성이 크게 증대된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어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바젤Ⅲ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규제기준은 대다수 금융기관들의 영업전략과 수익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대응준비는 양호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혹시 보완할 점은 없는지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금융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인터넷과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금융의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접 거래하는 '탈중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금융의 요체요, 본질로 인식돼 온 '중개기능'의 효용성이 점점 떨어지는 작금의 상황이 어찌 보면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일지도 모른다"며 "진화하는 디지털시대에 슬기롭게 적응하지 못해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노키아의 사례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금융신뢰도의 회복세가 더딘 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업계에 도덕성과 책임성 회복을 위한 노력도 촉구했다.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낮아진 금융신뢰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모든 금융인들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도덕성과 책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