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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진의 영화속 심리학] 강박장애 "이보다 더 끔찍할 순 없다"

기사입력 : 2014년12월29일 14:40

최종수정 : 2014년12월29일 14:40

사진=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포스터
여자, 강아지, 흑인, 성적 소수자 그리고 강박장애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은 사람 속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명한 작가인 유달은 혼자서 누군가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그의 이웃에는 게이 화가, 흑인 메니저가 살고 있고,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까지 그를 힘들게 한다. 그는 흑인과 동성애자, 강아지를 아주 싫어하며 ‘여자는 머리하고 책임감만 빼면 남자와 같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쯤 되면 그는 오만한 백인우월주의자에 남성우월주의자로만 보여질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에게는 남이 모르는 고통이 있다. 영화에서는 ‘강박 신경증’이라고 번역되어 나오는데, 공식 진단명은 ‘강박장애’이다. (강박장애는 DSM-Ⅳ-TR에서는 불안장애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DSM-5에서는 강박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따로 분리되었다). 

한번 쓴 비누는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으며, 문을 닫고 잠글 때, 불을 켤 때도 그 나름의 정해진 룰에 의해 해야하며, 타인과의 접촉은 절대 금지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며 생활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이웃과 살게 되면서 그의 이런 원칙이 깨지기 시작한다. 강아지라면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에게 동성애자 이웃의 친구는 그의 강아지를 강압적으로 맡겨버린다. 그러나 유달은 의외로 지극정성으로 강아지를 돌보기 시작한다. 강아지를 다시 돌려줘야 하는 순간이 오자,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겨우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평소 그가 날리는 돌직구와 매너 없는 말들은 어쩌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일지도 모른다. 왠만하면 그의 독설을 견딜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에 운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들, 가족들, 친구들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경험적으로 비추어보면, 언제나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인간은 언제 변화하는가? ‘스스로 변화를 하고 싶을 때’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겠다’라고 느끼는 순간 덮었던 책을 다시 펴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극도의 결벽증세를 보이던 유달이 스스로 변화를 시도한다. 데이트를 신청한 유달에게 캐롤은 묻는다. 왜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지. 그녀의 질문에 그는 “당신은 나를 보다 좋은 남자이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대답하여 그녀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만, 없던 사회성이 갑자기 좋아질리 만무하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지는 듯 했다.

글 솜씨와 달리 말주변이 없는 그가, 우물쭈물 이야기를 꺼낸다. 당신이 비오는 날 나에게 와서 한 말을 생각하며, 나는 생각했다. 좋은 남자가 되어야 겠다고. 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약을 먹어야 하지만, 나는 약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당신이 다녀간 이후로, 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유달은 ‘강박장애(obssesive-comulsive disorder : OCD)’를 가지고 있다. 강박장애자들은(DSM-Ⅳ-TR) 되풀이되는 사고나 비논리적인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데, 강박장애는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compulsion)으로 나뉘는데, 강박사고는 침투적이고 부적절하고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고, 충동, 이미지로 뚜렷한 불안이나 고통을 야기한다. 침투적인 사고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떠오른 것으로 이런 생각들을 억제하고자 하나, 억제하려고 할수록 이런 사고들은 더 침투적으로 들어와, 강박장애자들을 괴롭힌다. 주로 이런 생각들은 오염이나 질병, 성적으로 나쁜 행동과 관련된 행동, 타인을 해치는 생각과 관련되어 있고 강박사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이 다른 장애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강박장애자들은 이런 사고가 불합리함을 인식하고 있고 이런 행동으로 스스로 불편감이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그러나 <이 보다...>의 유달은 특별히 강박사고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거나하는 반응은 영화상에서는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과 장벽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고자 한다. 영화 <플랜 맨>에 등장하는 강박장애 여성은 이런 자신의 행동을 상당히 불편해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자 한다. 

수십번이상 씻어대 껍질이 벗겨져 있는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난 이런게 정말 싫어요”한다. (실제로 강박증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 때문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강박행동은 이런 강박 사고를 중화하고자하는 시도로서 행해지는 일련의 행동들인데, 나름의 논리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예를들어,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지나치게 손을 씻는 행위(단순히 여러번 씻는 정도가 아닌 손에 피가 날정도로 씻는 것,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현저한 어려움과 고통이 따름)는 논리적인 연결성이 있으나,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보다...>의 유달은 오염에 대한 생각 때문에, 식당에서도 자신이 가져간 일회용 수저를 사용하거나 더러움을 피하기 위해 장갑을 사용하고 집에 들어오면 그 장갑을 버리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을 닫을 때 1-5까지를 센다든지, 불을 켤때도 1-5를 세며 키고 끄기를 반복하는 행동은 이런 사고와 직접적인 연결성이 없는 행동들이다. 그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강박장애와 강박성 인격장애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영화는 재미있고,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우리의 삶도 때론 팍팍하고 어떤이들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툴툴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고 믿고 싶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1998,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출연 잭 니콜슨, 헬렌 헌트, 그렉 키니어, 쿠바구딩 주니어
- 작가 멜빈 유달(잭 니콜슨)에게는 그의 말대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늘 장갑을 끼고 다니며, 타인과 접촉을 극히 꺼리고 걸을 때도 줄을 맞춰야 하고 식당에 가서도 자신이 가져간 일회용 숟가락만 사용한다. 그런 그가 주로 이용하는 식당의 웨이스트리스인 캐롤(헬렌 헌트)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만, 케롤은 괴팍하고 특이한 성격의 유달이 귀찮고 짜증나기만 하다. 그러나, 유달이 의외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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