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초반부터 직원 주례 빈번...지인 부탁 안들어주는 냉정한 사람"
[뉴스핌=홍승훈 기자] 1년전이던가. 퇴직후 어떤 삶을 살거냐는 기자의 가벼운 질문에 "산을 워낙 좋아하니 퇴직하면 '북한산 지킴이'로 취직할까 생각중인데... 하긴 그것도 쉽지는 않다더라구요". 이랬던 그가 26일 대우증권 이사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선임됐다.
낙하산 논란과 후보자간 이전투구 속에서 최초 후보 3인(이영창 전 부사장, 황준호 부사장 등)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막판에 합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대우 임직원들의 신망 속에 한 분야만 묵묵히 파왔던 그만의 강점이 빛을 발하며 최종 낙점이 됐다.
홍성국 신임 사장 내정자(52, 사진)는 로얄티 강한 정통 대우맨이다. 고려고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대우증권에 사원으로 입사, 군복무(ROTC)를 마치고 현재까지 28년여를 대우증권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지점생활 1년 남짓, 법인영업부 근무 4년, 그리고 군복무 기간을 빼면 20여년 이상 투자분석부 등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 일해왔다. 대우증권 안팎에선 홍 부사장이 리서치를 이끌며 대우증권 리서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시장분석과 법인영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센터장의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해온 집필활동은 그의 성실함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최근 10년여 동안 그는 '디플레이션 속으로', '글로벌 위기 이후', '미래설계의 정석' 등 경제서적을 2~3년마다 내놨고 최근엔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신간을 통해 '전환형 복합불황'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증권업계와 언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와 오랫동안 리서치에 몸담았다 타사로 이동한 한 증권사 임원은 "업무시 강한 추진력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조직을 끌어가는 스타일"이라며 "특히 여느 센터장들이 리서치와 홀세일에 오리엔트돼 있는데 반해 홍 센터장은 지방지점까지도 챙기면서 영업 말단직원들의 영업에도 신경을 썼던 게 기억난다"고 전해왔다.
대우출신 또 다른 증권맨은 "홍 센터장은 40대 초반때부터 직원 주례를 서줬는데 지금까지 주례만 스무건 이상은 섰을 것"이라며 "젊은 나이임에도 리더십이 뛰어나 대부분 직원들이 그를 잘 따랐다"고 기억했다.
현재 리서치에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 운영시 공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오히려 잘 아는 사람들의 부탁은 더 안들어주는 선배"라며 "사장이 되시면 리서치센터로선 상대적으로 얻는 게 없을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리서치센터내 애널리스트 생활이 오래되다보니 국제, 투자은행(IB) 등 고른 부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연 적절한 전략을 통해 최근 증권업계가 겪고 있는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CEO는 "사장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다 알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홍 부사장은 특히 리서치에 오래 몸담으며 전 산업섹터를 아울렀다는 측면에서 증권사 CEO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해왔다.
이어 "그 분 스타일 상 해당분야는 말단까지 스스로 챙기기보단 책임경영체제, 즉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실질적인 사업부제 형태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홍 신임사장은 이날 이사회 결과에 대해 "대우증권 최초 공채출신 CEO로서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막중한 책임감을 되새길 것"이라며 "임직원들과 힘을 모아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건전한 투자문화 형성과 자산증식의 장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증권업계에선 애널리스트이자 미래학자로, 기자들 사이에선 언론 네트워크가 가장 풍부한 애널리스트로, 그가 사는 도봉구에선 매주 북한산을 오르는 산악인으로 알려진 홍성국 신임 사장이 대우증권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며 외풍에 시달려온 조직을 추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