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의 다섯 식구. 덕수는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 꽃분이네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독일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를 만난다. 영자와 함께 고향에 돌아온 그는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한다.
영화는 크게 흥남철수,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참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네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속에 여러 사건을 배치, 크게는 세대 간 시각 차이부터 작게는 이주노동자의 속내까지 그려내며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진심으로 소통하라 말한다.
물론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은 여기에 영화적 재미를 추가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웃음을 안기는 대사는 물론, 고(故) 정주영 회장, 앙드레김을 비롯해 가수 남진, 이만기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이콘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그리고 이는 비극적 상황이 마냥 신파로 떨어지지 않게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노인이 된 황정민부터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김슬기, 라미란, 김윤진까지 누구 하나 불협화음을 내는 이가 없다. 이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자연스럽게 소화, 극의 몰입도에 힘을 보탠다. 특히 막내 끝순 역을 맡은 김슬기의 깜찍한 연기와 짧은 분량만으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는 정진영의 연기가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눈물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장면과 누가 봐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CG가 곳곳에 눈에 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단점이 있다고 한들, 126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거를 추억하고, 부모 세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현대사를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보다 더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극 말미 벽 하나를 두고 아버지의 위로 아랫방에서 눈물을 훔치는 황정민의 모습과 마냥 행복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섞이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버지의 고단한 삶과 소중한 희생이 그 웃음을 만들었음을 잊지 말라는 충고마냥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 정진영 앞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을 쏟으면서도 아내 김윤진을 향해 “내 자식이 겪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하던 황정민, 그리고 바로 우리네 아버지.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힘든 풍파를 겪어온 나의 부모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싶어진다. 버텨주고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오는 12월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