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145엔까지 오르면 서방에 디플레이션 수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치솟는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중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투기 거래자들을 필두로 트레이더들의 상승 베팅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상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수개월 사이 달러화 매수 포지션에 대한 헤지 거래가 급증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달러화에 대한 상승 기대가 지나치게 고조되면서 과열 상태에 진입했다는 의견과 함께 달러/엔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일본이 서방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달러 ‘너무 달렸다’ 경계감 고개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달러 상승 베팅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적지 않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스코샤은행의 카밀라 수톤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 풋-콜 옵션의 변동성 차이를 나타내는 리스크 리버설을 근거로 볼 때 달러화 상승 베팅에 대한 헤지 수요가 최근 수개월 사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44%의 펀드매니저들이 최근 외환시장 거래에서 달러 상승 베팅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단적인 ‘사자’가 적신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 미츠비시 은행의 리 하드만 외환 애널리스트는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비둘기파의 의견이 나오거나 경제 지표가 부진할 경우 달러화가 커다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우 전략가 역시 “달러화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앞으로 4~6주 가량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지만 달러화 상승이 펀더멘털보다 앞섰다”고 판단했다.
◆ 달러/엔 더 오르면 재앙
달러화에 대해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는 통화 중 대표적인 것이 엔화다.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추가 부양책 발표에 엔화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부 시장 전문가는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알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달러/엔이 145엔까지 오를 경우 아시아 주요 통화가 동반 하락하고, 이로 인해 서방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엔의 지지선인 120엔이 뚫릴 경우 엔화가 속수무책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를 필두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경우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의 물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은 유로존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라는 것이 에드워즈 전략가의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