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매출 의존도 높은 기업 실적 악화, 주가 '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루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진 데 따라 러시아 안팎에서 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러시아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홍역을 치르는 한편 러시아 기업들은 외화 표시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난항을 맞았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매출 비중이 10%를 웃도는 29개 글로벌 기업의 주가가 연초 이후 평균 2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루블화 시세판[출처:AP/뉴시스] |
최근 3개월 사이 루블화는 달러화에 대해 22% 폭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인 결과다.
윌킨슨 오그래디 앤 코의 이콜라스 리텐바흐 펀드매니저는 “러시아의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며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의 투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향후 12개월 사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실물 경기 하강과 루블화 하락이 관련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독일 최대 제너릭 의약품 업체인 스타다의 러시아 매출액이 16% 급감하는 등 기업 이익 악화가 이미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의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X 버하드는 올들어 매출액이 19% 급감했다. 이 업체의 러시아 매출액 비중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매출액 비중이 18%에 이르는 이스라엘 부동산 개발업체인 예루살렘 이코노미 역시 올들어 매출액이 26% 줄어들었다.
루블화 하락으로 곤욕을 치르기는 러시아 기업도 마찬가지다. 달러화를 주축으로 외화 표시 회사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즈프롬뱅크를 포함해 특히 지난 2010년 러시아 회사채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을 때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이 울상을 하고 있다.
JP 모간에 따르면 국채 대비 러시아 기업의 평균 수익률 스프레드가 연초 이후 215bp 급등했다. JP모간의 졸트 파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회사채 원리금 상환이 막힌 기업들이 중장기 회사채를 단기물로 갈아타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잔존만기는 크게 줄어들고 자금 조달 비용은 대폭 상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