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숙려기간 등 단서조항으로 본래 취지 잃어
[뉴스핌=고종민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리던 방문판매법 개정이 산으로 가고 있다.
업계의 예상과 달리 3일 숙려기간·특정상품 제한 단서조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개정안이 본래 취지를 잃고 있어서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일부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들의 요구로 ▲최초 방문으로 구매를 권유한 날로부터 3일 경과 후 계약 체결 또는 계약체결일 후 3일뒤 효력 발생(구매 유예기간 적용) ▲투자상품 허용 제한(예시, 파생상품·투기등급 채권 등 제외) ▲고액 투자 제한(5000만원 이하만 판매 가능 등) 등을 단서 조항으로 들고 나왔다.
당초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원칙적으로 14일이내 청약철회 가능한 것을 금융투자상품에 예외로 두려고 했다. 영업점 밖에서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가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금융투자업자(은행, 증권회사등)의 영업점 내에서 종이문서로만 계좌개설 및 금융투자상품 판매업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무선통신기기와 전자문서 등을 이용해 영업점 밖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문제는 영업점 밖에서 무선통신기기 등을 이용해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구속받게 되는 것이다.
관련법 제8조의 청약철회가 가능한 규정(14일 이내)을 적용할 경우, 영업점 밖에서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한 투자자가 손실난 상품의 청약을 철회하게 되면 손실분을 고스란히 금융투자업자(증권사 등)가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금융투자 업계는 방문판매를 준비해 왔음에도 시행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개정안을 통해 금융투자상품을 청약철회 적용에서 제외시키려 했던 것인데, 정작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논의 과정에서 증권사 방문판매 영업을 어렵게하는 단서조항이 나오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들이 지난 4월 금융위에 방문판매 허용상품의 방법을 두고 포지티브(품목허가지정)안과 네거티브안(품목제한지정)을 두고 근거를 마련해오라고 지시한 이 후 단 한차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개정안 쟁점이 과연 논의될지 미지수"라며 "내부적으로 추진 동력을 잃은 상황이며, 여타 우선 쟁점 법안에 밀려 논의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업계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10여개 증권사는 최근 각 사별로 10억원 이상 투입해 아웃도어세일즈(ODS)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ODS는 증권사 직원들이 보험설계사처럼 태블릿PC를 활용해 고객계좌 개설 및 상품 판매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영업인력 한 명이 이동점포 기능을 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양증권 등 불완전 판매가 불거지면서 국회의원의 우려가 숙려기간 도입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며 "일단 청약 철회 예외 적용이라는 대승적인 부분에서 업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하는 과정에서 단서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하겠지만 일단은 규제 허들을 넘어서는 과정을 보고 있다"며 "투자 상품 제한 부분도 어느 정도 받아 들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재 방문판매법은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며,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