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BOJ 부양책 발표 이후 엔화에 6년래 최고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이른바 ‘마리오 호(號)’에 암초로 등장했다.
지난주 발표한 부양책으로 인해 엔화가 유로화에 대해 6년래 최저치로 하락, 유로화 평가절하를 통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하는 한편 실물경기를 부양한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랜드 플랜’에 좌초될 위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출처:AP/뉴시스] |
5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엔은 장중 143.45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2008년 10월 이후 최저치에 비해 불과 1.5% 높은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BOJ에 맞먹는 양적완화(QE)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경우 일본 엔화 조달을 통한 유로존 자산 시장의 유동성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웨스트팩 뱅킹의 로버트 레니 외환 헤드는 “구로다 BOJ 총재가 드라기 총재에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라며 “드라기 총재가 이에 대응할 것인지, 또 대응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가 지금부터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QE 시행 여부를 놓고 ECB의 정책자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ECB가 공격적인 맞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엔화에 대한 유로화 상승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엔이 내년 3월말까지 지난해 12월 저점을 뚫을 가능성을 70%로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주 BOJ의 회의 결과 발표 이전의 예상치인 24%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바클레이스의 짐 맥코믹 글로벌 자산 분배 헤드는 “이번 회의에서 드라기 총재가 가장 눈 여겨 볼 시장 지표는 유로/엔 환율”이라며 “일정 부분 BOJ에 대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발렌틴 마리노프 외환 헤드는 “BOJ의 부양책이 드라기 총재에게 부양책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 사실”이라며 “일본과 독일의 수출 시장이 크게 겹치는 점을 감안할 때 엔화에 대한 유로화의 상승이 정책자들에게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스탠더드 차타드의 칼룸 헨더슨 외환 리서치 헤드는 “일본과 유로존 사이에 환율전쟁이 본격 달아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ECB보다 BOJ에게 훨씬 쉬운 카드”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