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천재들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지능만이 살길이 아님을 보여주는 이가 등장했다. tvN 리얼 심리 추적게임 ‘더 지니어스’ 시즌2와 시즌3 출연자인 남휘종(33)이다.
지난해 그가 TV를 통해 시청자에게 얼굴 도장을 찍은 시간은 고작 80분.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먼저 시청자의 시선을 끈 것은 그의 스펙이었다. IQ 173에 카이스트 출신의 스타 수학강사라는 매력적인 프로필은 지니어스의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휘종은 시즌2의 첫 번째 탈락자로 선정됐다. 그의 지나친 승부기질이 독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저한테 잘 보이셔야 할 겁니다” “또 말 안 듣네” 등 상대 플레이어를 배려하기보다는 자만한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전 시즌의 오명을 씻을 각오를 한듯 남휘종은 1년 후 ‘더 지니어스 시즌3’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번 시즌3에서는 시즌2에서 보인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팀의 리더가 되어 게임을 이끌었으나 승부에서 패배하자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데스 매치에 나섰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아쉽게도 그는 시즌3의 4화에서 게임을 멈춰야 했다.
최근 상암동에서 남휘종을 만났다. 그의 ‘더 지니어스’를 향한 관심과 애정은 놀랄 정도였다.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스튜디오와 출연진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무엇보다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 지니어스’에 두 시즌 연속 출연한 남휘종은 프로그램 출연 이후 누구보다도 많은 욕을 먹었던 참가자다. 시즌2에서 거친 플레이로 악플에 시달렸던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상처 받기보다 스스로를 바꿔보는 계기를 만들자”며 덤덤하게 과거를 인정했다.
2번이나 탈락의 아픔을 준 ‘더 지니어스’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더 지니어스’가 저를 많이 변화시켰죠. 시즌2 첫회 탈락, 저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사실 시즌1에도 섭외를 받았는데 당시 수험생을 담당했기 때문에 시기상 맞지 않아 고사했죠. 그러다 시즌2에 출연 제의가 와서 망설이지 않고 참여했어요. 승부욕이 최고치로 올랐죠. 그게 과했던 거예요. 제가 봐도 제 모습은 날카롭고 상대를 경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시즌3에서는 ‘나대지 말자’ 플레이어들과 함께 하는 게임을 하려고 마음을 다졌죠. 그런데 여기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녹화가 익숙해지니까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심지어 떨어진 날에 슬리퍼를 신고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정신상태의 문제였어요. 침착하게 페이스 조절을 했어야 했는데...많이 아쉬워요.”
‘더 지니어스’는 다양한 직업군을 대표하는 도전자가 게임을 통해 숨 막히는 심리전과 두뇌게임이 펼쳐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13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해 ‘메인 매치’와 ‘데스 매치’를 벌여 매주 1명의 탈락자를 결정한다. 총 12회를 거쳐 최후에 살아남은 1인이 최종 우승자가 된다. 승부를 가리는 게임인 만큼 플레이어들의 기 싸움도 대단하다.
게임마다 플레이어 각각의 필승법이 존재한다. 이 또한 볼만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전이다. 사람간의 갈등, 심리, 정치력 등이 종합적으로 펼쳐진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이 모인 만큼 게임에 임하는 태도와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1회에서 신아영은 게임을 잘 이해하지 못해 김경훈을 믿고 의지하다 끝에는 배신을 당해 데스 매치로 올라가야 했다. 또 강용석은 오현민에게 “맛탱이가 갔냐”며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플레이어들은 연합이 필요할 때는 똘똘 뭉쳐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간다. ‘더 지니어스’에서 펼쳐지는 게임은 결국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남휘종은 ‘더 지니어스’야 말로 ‘사람 냄새’나는 사실적인 삶을 그리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제게 많이들 물어보세요. 아이큐가 높으면 모든 걸 쉽게 습득하고 남들에게는 안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저는 수학적 능력만 타고났고 사실 평범해요.(웃음) 대신 직업이 수학 강사다보니 아이큐나 제 학벌이 홍보에는 도움이 되겠죠. ‘더 지니어스’를 본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지능 지수가 게임의 승부를 결정 짓는 한 방이 아니라는 걸요. 페이스 조절, 정신력 관리, 자신의 패는 보여주지 않는 것, 상대와의 묘한 기싸움이 필수죠. 이게 ‘더 지니어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남휘종은 앞으로 남은 플레이어 중 가장 기대하는 인물로 장동민을 꼽았다. ‘더 지니어스 시즌3’ 가 방영된 후 시청자들은 장동민의 빠른 게임 이해력과 진행력에 모두 감탄했다. 심지어 ‘갓동민’이라는 별칭이 지어질 정도록 장동민의 승부 기질과 게임력은 좌중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남휘종도 그의 능력을 인정하며 응원한다고 했다.
“사실 장동민 형이 ‘더 지니어스 시즌3’ 에 섭외됐다는 소식을 듣고 ‘예능인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만남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데 ‘믿고 가야할 사람이다’ 싶더라고요. 특히 형의 리더십은 최고예요. 의견 조율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느껴지죠. 그리고 무엇보다 설득력이 좋아서 믿음을 주는 형이죠. 게다가 게임에서 빠른 판단력이 돋보이죠. 알고 보니 형도 어렸을 적에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해요.”
"아영이는 방송처럼 실제 모습도 착하고 맑은 아이예요. 사실 (이)준석이가 지금 '배우는 나누는 사람들'을 만들어서 교육 봉사를 하고 있잖아요. 저도 그 일에 가끔 참여하면서 준석이와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가 됐어요. 준석이를 알게 되면서 하버드 출신에 대한 저의 인식은 굉장히 '성실한 사람' '똑똑함의 극치'였는데 아영이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죠.(웃음) 아영이는 허당기가 있어요. 그리고 놀려도 삐지지 않고 호탕하게 받아주니까 서로 기분 좋음이 유지가 되는거죠. 사실 놀리는 재미도 있고요.(웃음) 아영이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들만큼 긍정적이고 밝은 친구예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