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우리나라에서 수조원대의 매출실적을 올리고도 세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고 있는다면 가능한 일일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게 '납세의 의무'이다. 우리나라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조원대의 매출실적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외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루빨리 법개정을 통해 국세청이 줄줄 새는 혈세부터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을 비롯해 애플 MS HP등 내로라하는 IT 기업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샤넬 나이키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세금은 거의 납부하지 않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매출 정보는 어디에서도 확인할 길이 없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한국에서 '유한회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지난 2011년과 비교해 2012년 유한회사의 수는 14% 이상 증가해 2000여 곳이 새롭게 생기거나 유한회사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법인세 신고법인은 4% 대 증가에 불과했다.
유한회사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법적으로 외부 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다. 즉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유한회사는 기업의 자율적 선택이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다만 유한회사 특성상 기업의 폐쇄적 운영으로 회계가 불투명해지고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제대로 된 실적조차 알 수 없게 돼 세금뿐만 아니라 이익에 따른 사회적 책임 회피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우리가 알만한 외국 기업들은 한결같이 유한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그리고 HP 등과 같이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법인을 설립한 아마존 이케아등 유통공룡과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업체들 역시 모두 유한회사다.
그 가운데 구글 애플 HP등 IT 기업들은 국내에서 수 조원 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애플코리아는 한국에서만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국내 시장의 모바일 OS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은 지난해 모바일 부문의 급성장으로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나 그 역시 추정치에 불과하다.
HP의 경우 유한회사 변경 전인 2002년 이전 매출이 1조 2000억원에 달했으며, 2006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MS의 경우도 유한회사 변경 이전의 10년 전 매출이 2000억을 넘어선 바 있다.
과거에는 외국 기업들이 설립과 해산이 자유롭고 언제든지 철수 등의 형태로 발 빠르게 경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유한회사를 선호했다면 최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세 회피의 목적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의 선진적인(?) 조세 회피 방법이 유럽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한국 내 진출한 거대 외국 기업들 역시 천문학적 액수의 수익에도 불구하고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유한회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최근 한 외신(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영국에서 5조 7000억 원(33억 파운드)이라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355억에 불과했다. 유럽연합은 조세 회피 방법으로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빼돌린 이익 규모가 약 1000 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등 미국 IT기업의 조세 회피 방법은 '더블 아이리시와 더치 샌드위치'라는 기법이다.
최근 조세 회피 문제로 유럽연합과 대치하고 있는 구글의 예를 들면 구글은 독일에서 발생한 모든 광고와 판매 등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있는 자회사인 구글아일랜드로 귀속시킨다.
이때 독일 소재 법인은 구글아일랜드에 막대한 규모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독일 법인은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전혀 없어 독일 조세당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구글아일랜드는 네덜란드에 있는 구글네덜란드의 자회사다.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조세법은 특이하게 '선 배당금 후 세금'의 특징이 있다. 구글아일랜드는 구글네덜란드에 주주 배당금을 지급해 남은 이익에서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배당금을 주고 나면 장부상 이익이 없어 아일랜드에서도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구글네덜란드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다시 아일랜드 소재의 또다른 A기업에 이체한다. 아일랜드 기업 A는 조세 회피처로 잘 알려진 버뮤다 소재 구글 법인의 지사다. 아일랜드는 지사의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렇게 '두 번의 아일랜드, 한번의 네덜란드'를 거쳐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면 구글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고스란히 버뮤다까지 돈을 빼돌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버뮤다 소재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로 돈을 송금한다.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얻은 이익에 낮은 5%의 낮은 조세를 적용한다. 구글이 이렇게 유럽에서 회피한 세금만도 지난 2011년에 2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등에서 외국IT기업등의 세금회피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에서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인투자기업의 조세감면 혜택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말 기준 외국인투자기업은 1만4764개로 매출 471조원, 고용 51만명, 수출 1106억 달러의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액이 2011년에 이미 4755억 원에 달해 현재 5000억원 이상의 세금 혜택을 보고 있다.
더욱이 구글은 지난해 콘텐츠 판매액만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인세의 규모와 과세규모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홍 의원은 "구글 등의 다국적 기업에게 감면을 해주려면 먼저 세액부터 확정해야 할 텐데 유한회사로 등록한 외국인투자기업이 과연 제대로 신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가뜩이나 국내 세수도 부족한데 이러한 부분에 제도를 마련해 세수가 확보된다면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홍 의원은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의 세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