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350명 구조조정 이어 내년엔 정리해고 방침"
[뉴스핌=홍승훈 기자] "추가 희망퇴직을 시킬 생각은 없다. 정리해고만 있을 뿐이다."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알려진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이 또 다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는 돈 주고 내보내는 희망퇴직이 아닌 일방적 '정리해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올해초 희망퇴직을 통해 350명을 내보냈다. 당시 끝까지 버티던 직원 7명은 정리해고로 옷을 벗은뒤 현재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 사장이 이 같은 정리해고 방침을 처음 내비친 것은 지난달 말 직원들과의 소통의 자리에서다. 강서지점(강서-목동지점) 직원 20여명과의 대화를 통해 주 사장은 "직원들에게 배울 기회와 월급을 줘가면서 2년을 기다렸는데 리테일이 흑자전환이 안 된다면 내년 말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한화증권 사내 인트라넷에 통해 올라온 주 사장의 '마흔다섯번째 이야기'에 게재돼 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한화증권 임직원들은 "구조조정 한지가 얼마됐다고..."라며 '멘붕'에 빠진 상태다.
주 사장은 이번 소통을 통해 한화증권 리테일에 대해 '발로 뛰는 영업 부재'를 지적하며 리테일 흑자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취임 이래 지점을 돌며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져온 주 사장은 이같은 내용을 '주톡'이란 형식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말까지 본사영업에선 500억원 흑자가, 리테일은 3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리테일 적자가 아니라면 자본금 8000억원으로 연간 500억원을 벌었던 것"이라고 리테일의 위기를 드러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연말 4년 만의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이는 대형 감원과 비용삭감에 따른 것으로, 결국 수익 증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주 사장은 리테일의 흑자전환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임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한화증권 직원들의 인당 생산성 저하 원인으로 'ODS(Outdoor sales)'영업 부재를 꼽았다. 그는 "우리 회사의 인당 생산성이 다른 회사의 50% 정도다. 처음부터 생산성이 절반만 되는 사람을 모아둔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1년이 지나니 그 답을 알 것 같다.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을 하지 않아서"라고 진단했다.
결국 리테일 턴어라운드는 고객 호응과 직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가느냐에 달렸는데, 순하고 젊잖은 한화 직원들의 성향이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작년 말에 얘기했듯 구조조정 이후 현재 적자는 예상했고 2년동안 직원을 가르치고 기다리기로 했다"며 "내년까지 우리 회사가 근육이 붙고 잘 살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 사장은 내년 하반기 구조조정은 희망퇴직이 아닌 정리해고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어려운 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들처럼 부담감을 느껴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기껏 기다리고 가르치고 월급까지 줬는데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가달라고 돈까지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내년에도 리테일에서 적자가 나면 6년째다. 정리해고 할 요건이 충분하다. 어렵지만 내가 이것을 해줘야 조직의 나머지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한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ODS영업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안 좋아 자산 증대가 쉽지않은 것인데 주 사장은 이같은 실정을 모르고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올초에 350여명을 내보내고 또 다시 구조조정을, 그것도 정리해고를 한다니 직원들은 멘붕상태"라며 "매일같이 사람 자른다고 말하는 사장 밑에서 직원들이 누굴 믿고 일할 수 있겠냐. 이젠 직원들이 '주톡'도 잘 안 본다. 쌍방이 아닌 일방적 소통은 의미없다"고 꼬집었다.
당시 주 사장은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신용등급 '싱글A'인 증권사도 별로 없는데 한화는 심지어 'A+' Negative"라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면 이 회사는 끝날 정도로 어려운 국면에 처하는데 직원들 어느 누구도 절벽 앞에 서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위기감을 더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250억원 가량 손실이라고 예상하는데 사실 이는 자금조달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서"라며 "신용등급 하락은 예상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RP금리도 내렸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서장, 임원들 역시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