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장수제품)가 곧 기업이다. 소비자의 구매 경향이 수시로 변하는 현실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꾸준히 인기를 누릴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한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게는 매출과 이익의 극대화를, 크게는 흥망성쇠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영국의 한 브랜드자산가치 평가기관에 따르면 코카콜라(Coca-Cola)와 말보로(Marlboro) 제품의 자산가치를 각각 100조원과 30조원으로 평가한 것만 봐도 브랜드 하나가 기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무대로 질주하는 우리 식품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키운 브랜드를 찾아 대표 브랜드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 기업의 부단한 노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이연춘 기자]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되자마자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구촌 구석구석에 한국의 맛을 전하고 있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 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1987년에는 무려 180억 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며 안성탕면과 함께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현재 신라면은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제품으로, 대한민국 식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13년까지 신라면 국내 누적판매량은 약 230억개로, 이를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를 약 105바퀴나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 약 4800억원에 달한다. 2조원에 달하는 시장에서 1개의 브랜드가 이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기란 다른 식품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라면의 맛이 스프에 있다면 라면의 식감은 면발이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넉넉한 식감과 쫄깃한 질감'을 위해서 하루 종일 면만 실험했다. 실험용 면발도 200여 종류나 됐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해야 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회고다.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감칠맛'을 가진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디자인도 파격적이었다. 농심은 라면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한 음절(매울 辛)의 이름을 붙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통일하여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본질과 속성이 가감 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이 색상대비나 디자인은 당시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이었다.
신라면은 국내 누적판매액이 8조원을 넘어서는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차별화된 맛으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연간 국내∙외에서 약 7000억원치가 팔리며 식품한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신라면은 어느덧 사나이 울리는 라면에서 세계인을 울리는 글로벌 라면으로 성장했다.
이미 해외교포들이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신라면은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며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대표 수출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해외 각지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제품이자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외국에서도 누린다는 얘기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그동안 수출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 히말라야 네팔,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현지 외국인들의 말이 신라면의 글로벌한 인기를 실감케 한다. 지구촌 랜드마크 뿐만 아니라, 라면을 판다고 상상할 수 없는 지역까지 신라면은 팔리고 있다. 지구의 머리(융프라우), 허리(히말라야), 다리(푼타아레나스)를 잇는 신라면 로드가 완성됐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라는 생각으로 세계 1등 제품에 의한 세계 일류회사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올해 적극적인 시장개척으로 '신라면 100개국 수출'이라는 대한민국 식품史의 금자탑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