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외환은행 노조, 서로 외면만 하기 어려워
[뉴스핌=한기진 기자] 김정태(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 노사의 협상테이블에 앉을 것인가.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 갈등은 외환은행 노사가 해결할 문제라며,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 처지에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다. 노조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향해 “중재에 나서라”며 화살을 날렸는데, 그 화살은 다시 김정태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전에 노사가 화합하라고 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온도변화가 부담이다. 외환은행 인수 시 노사합의서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입회인 자격으로 나서, 금융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노조가 30일 금융위에 노사 대화의 중재역할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서신을 통해 “금융위가 중재역할을 해준다면 대화에 응할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금융위원장이 서명한 합의서는 노사가 아닌 노사정 사이의 합의다”라며 금융당국을 몰아 붙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조의 이 모든 움직임은 결국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을 압박할 것으로 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사측과 ‘장기전’을 해도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노사갈등이 길어져 노사타협 없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다면 김 회장만 난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김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버텨도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김 회장은 “10월 중 통합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김 회장이 노조와 갈등 풀이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회장이 나선다고 해도, 외환은행 노조도 응답을 해야 한다. 상황만 보면 양측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으로 대화의 물꼬를 열기는 싶지 않다. 노조는 “노사합의서를 사측이 먼저 깼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노조도 김 회장이 대화의 제스처를 취한다면, 무조건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임시조합원 총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의 구제를 위해서도 조합이 나서야 한다. 협상을 거부하면 사측은 징계대상자 898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것이 분명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해고, 급여 삭감, 인사 불이익 등을 받게 된다. 조합원들의 노조 집행부를 향한 불만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사측의 노조 집행부에 대한 법적 대응도 무시 못한다.
10월 중 통합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통합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남은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다. 시간이 김 회장이 노사 갈등 해결에 직접 나서도록 재촉하고 하고 있고 외환은행 노조의 지지기반을 흔들고 있다.
양측의 충돌한 근본원인으로 금융권은 하나와 외환은행의 너무 다른 회사 문화를 꼽는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하나은행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의 일심동체를 요구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반면, 외환은행은 조직원 간의 화합을 강조하는데, 이번에 서로의 문화가 충돌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