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들 "의사록, 비둘기적…10월 동결돼도 인하 기대감 지속"
[뉴스핌=정연주 기자] 정해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9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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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30일 공개된 9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정해방 위원은 "경기판단에 있어서는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성장경로 측면에서는 하방리스크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이며, 물가여건은 기상악화에 따른 농산물가격 급등 등 특이요인이 없다면 저물가 상황이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된 정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사다. 지난해 4월과 5월, 그리고 올해 7월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20bp 인하를 주장한 익명의 위원도 정 위원으로 추정돼 왔다.
정 위원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대응 측면에서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 증가는 정책모기지론 취급 확대 등 특이요인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가계부채가 금리 인하 반대의 명분이 되고 있는 만큼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그는 "정책효과 측면에서 정책선택의 시기는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며, 현시점은 경기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심리회복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선제적인 정책대응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외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고 진단하며 국내경제의 성장경로도 다소 하방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월호 요인이 대부분 해소됐음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정 위원은 "국내 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2분기 GDP성장률이 전기대비 0.5%에 그치는 등 7월 전망에 비해 성장경로가 다소 하방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 이를 토대로 판단해 볼 때 10월 전망시에는 금년도 성장률이 다소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도 성장률도 당초 전망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부진은)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민간소비도 당초 전망에 비해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수출입 디플레이터가 큰 폭의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2분기 명목 GDP 및 GNI가 감소한 것도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또한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크게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내년도에는 기저효과와 담뱃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동결을 주장한 위원들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책 대응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내수도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동결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다만 그 중에서도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한 위원들도 있어 연내 추가 인하를 주장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다. 마이너스 GDP갭과 마이너스 물가갭이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이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유연한 정책대응을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A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의 중단기적인 대내외 상황 전개는 지난달 단행되었던 25bp 기준금리 인하가 충분한 통화정책적 대응이 되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내수 부진과 저물가의 장기화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달의 ECB 정책금리 인하, 큰 폭의 엔화 절하 등 세계적 양적완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및 높은 원화절상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기준금리의 추가적인 인하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위원도 단기적으로 국내 정책이 의도대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은이 거시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내수 추세가 세월호 사건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있지만, 우리의 주요 수출 상대국들의 경기회복세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원화환율도 대체로 강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수출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고 소비심리 개선 속에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사록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분분하나 대체로 비둘기에 가깝다는 평이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달에 비해 어조가 비둘기적이었으며 특히 25bp 인하가 충분한지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추가 인하를 시사하는 듯했으며 빠르면 10월, 늦으면 11월에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산운용사의 A 딜러는 "의사록만 놓고 보면 10월 금리 인하의 시그널링을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만약 10월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하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