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RQFII 비즈니스 '반분' 우려
[뉴스핌=이영기 기자] 여의도 금융투자업계가 중국계의 진입에 긴장하고 있다. 대만 유안타그룹이 리테일의 강자 동양증권을 인수한 후 이제 중국 푸싱그룹이 대형사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금투업계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계의 금투업계 진입은 이들이 중국본토 경제계에 대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제 막 열리는 중국 자본시장 관련 비즈니스를 '반분(半分)'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를 가르는 칼'인 셈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깝게는 10월 중 후강퉁(별도의 라이센스 없이 상해증시와 홍콩증시의 상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 시행되고, 연말까지는 RQFII(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제도가 본격화된다.
후강퉁은 중국본토 주식에 대해 개인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중국 실물경제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관건이다.
RQFII의 경우 주로 채권과 관련되지만 중국채권투자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위안화채권을 발행하는 비즈니스도 창출한다.
어느쪽이든 탄탄한 중국본토에 대한 네트워크가 관련 영업을 좌지우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동양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에 중국계가 관심을 보이는 데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형증권사 IB담당 본부장은 "중국계가 금투업에 뛰어들어 RQFII와 후강퉁 등 중국자본시장이 열리면서 생기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반분하는 양상이 될 수도 있다"며, "반분이란 표현은 좀 오버같지만 실제로 최소한 인바운드 비즈니스는 중국계가 반 이상을 차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유안타증권'으로 상호를 바꾸는 동양증권은 기존의 리테일 강점을 잃지 않고 있다.
최근 두산건설 전환사채(CB) 투자자모집에서 주간사 중 유일하게 청약물량을 채우는 영업력을 보여줬다.
동양증권이 332억2900만원을 청약받아 당초 목표치인 300억원을 넘긴 것이다. SK증권이나 NH농협증권이 소화한 물량이 각각 3억7500만원과 27억7300만원인 점을 보면 눈에 띄는 성과다.
이 같은 리테일의 강점을 바탕으로 동양증권은 이미 중국기업의 IPO와 채권발행에 역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IPO와 위안화채권발행 딜 소싱이 상당히 진행된 분위기.
동양증권의 한 관계자는 "유안타증권과의 네트워크와 중국당국에 대한 노하우 등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의 아웃바운드도 있지만 현재 초점은 중국기업의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이 역외에서 위안화로 발행한 채권(딤섬)중 회사채가 절반 이상인 점은 증권계의 우려가 현실적임을 보여준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석중 연구원은 "딤섬본드에서 회사채 비중이 51%"라며 "위안화 허브 대응전략에 따라 우리 자본시장의 성장판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런 판에 현대증권 인수에도 중국계 푸싱그룹이 뛰어들자 투자은행(IB)업무에서 대형 딜들마저 잠식당할 처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마침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홍기택 KDB금융 회장도 "위안화 표시채권 주선 및 인수합병(M&A) 등 업무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대형딜을 놓치지 않을 태세을 보였다.
보험업과 자산운용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국 푸싱그룹이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 포함)을 인수한다면 현대증권의 대형IB로서의 역량은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한 M&A전문가는 "중국자본시장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중국 푸싱그룹이 현대증권 인수에서 가장 유리해 보인다"며 "그 이유는 중국자본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하는 대목들이 현실화돼 사업 영역을 가르는 날카로운 칼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