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놓고 최경환-이주열, 논란
[뉴스핌=김선엽 기자] 9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에 실망한 것일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골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우리나라는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6일 최 부총리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금리수준을 고려하면 정책 여력이 충분하며 가계부채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또 "새 경제팀은 우리 경제가 확고한 성장 경로로 복귀했다고 믿을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확장적인 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김학선 기자> |
부총리가 금리인하를 주문하고 나선 이상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리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화정책의 주도권이 한은에서 기재부로 완전히 넘어간 모양새다.
게다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매파적인 취지에서 한 발언들에 대해서 최 부총리는 작심이나 한듯 반박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면 시장금리가 먼저 오르게 되고, 이 때문에 내외금리차가 줄어들게 된다"며 "내외금리차와 원화 약세 기대 등의 변화에 따라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내외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 이후 6시간만에 최 부총리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됐을 때 국내에서 1997년식 자본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그는 "1997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자본유출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이 늘어나 있고, 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도 충분해 우리의 대응태세나 능력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그간 한은에서 금리를 내릴수 없는 이유로 제시한 것들을 최 부총리가 정면으로 반박했다"며 "한은이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를 나열하면서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은은 금리 마지노선을 2%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최 장관의 발언으로 보면 경제가 좋다고 느낄 때까지 기준금리를 낮추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당연히 흘러나온다.
한 시장참여자는 "올해는 적어도 '한은은 없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