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외날개는 한계, 내수까지 '양날개' 필요"
[뉴스핌=이준영 기자] 증시가 박스권을 넘어 건실한 상승을 하기 위해서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소득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 받고 있다.
1일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기업 이익에 비해 고평가 돼 가는 상황이라며 안정적 상승을 하기 위해 가계 소득이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 소득이 많아져야 소비가 늘고 그래야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투자 심리도 개선된다.
이러한 지적은 더 이상 대기업 위주의 수출 정책만으로 증시 상승과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이는 최근 최경환 경제팀이 그간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세계경제 둔화와 경쟁국 추격으로 안심할 수 없다며 내수 활성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한 것과 맥을 잇는다.
◆ "증시 상승 위해 가계소득 늘어야"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기업이익에 비해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투자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가계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 활성화가 증시 상승과 경제 발전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수출이 더 이상 경제발전과 기업 실적 개선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의 양날개를 펼쳐야 한다는 것.
김대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145조원에서 지난 8월26일 현재 118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증시는 지난 7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기대감 등으로 연초 1960선에서 현재 2060선까지 올랐다. 이에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 수준으로 지난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최고다.
김 연구원은 현재 증시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이 부담 해소를 위해 기업실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실적 개선은 수출에서 기대하기 힘든 만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년간 한국 증시를 진단해온 입장으로서 국내 증시는 국내외 단기적 이슈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특히 현재는 기업 이익에 비해 고평가 돼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증시가 변동성이 크고 고평가 된 상황에서 증시의 건실한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계소득 증가가 필요하다"며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 이익과 내수시장도 커져 투자 심리도 개선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오히려 하락중이다.
지난 7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1995년 71.8%에서 2011년~2013년 61.8%로 10%포인트 하락했다.
실질임금상승률도 마찬가지다. 2011년~2013년 실질임금상승률은 0.3%로 1993년~1995년의 6.2%에 비해 5.9%포인트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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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2014.7.24) |
반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늘었다. 특히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대폭 증가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 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2009년 271조원보다 90.3% 급증한 수치다. 기업들이 이익을 직원 급여를 올려주거나 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에 축적했다는 의미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증시와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계소득 증가가 중요한데 한국은 오히려 가계소득이 하락해 증시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이라며 "기업들이 이득을 내부에 쌓기만 하고 임금 증가와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가계소득 늘려면… 임금 인상·중소기업 성장 필요"
전문가들은 가계소득이 늘려면 기업들의 임금 증가와 중소기업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이상 대기업 중심 수출 성장이 내수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한국 수출액도 4년째 정체 중이라며 임금이 오르고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내수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임금 인상이 내수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수출이 정체된 현재 임금 인상을 통한 가처분 소득 증가가 내수 경기 활성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가계 소득이 늘어야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당장 쓸 돈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펀드 상품 등을 출시해도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체 고용 인구의 8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은 증시와 경제 성장에 필수라는 지적이다.
김상조 교수는 "최경환 경제팀 스스로 기존의 대기업 중심 수출위주 정책의 한계를 말하며 가계소득 향상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가계소득 증가는 고용의 8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적이 양극화돼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은 대기업에게 배당, 투자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자신과 관계를 맺는 중소기업 지원시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가계소득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증시의 양극화를 해소해 증시 변동성도 줄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쏠려 있어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면 증시 변동성도 줄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