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부진 등 통합논리 정면 반박
[뉴스핌=한기진 기자] 일부 전임 외환은행장들이 하나은행과 조기통합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나금융지주의 5년 간 독립경영 보장 약속을 지켜라”는 주장이다. 남은 2년간 양 은행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다음, 통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3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기통합 반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31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김재기, 허준, 홍세표 등 전 외환은행장 세 명은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내용의 ‘외환은행을 사랑하는 전직 임직원들의 청원서’에 서명하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청원서 내용을 보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조기통합 논리인 경영성과 부진과 비용절감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전임 행장 세 명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영성과가 부진하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전반에 걸친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조기 합병을 강행하는 사유로는 타당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기합병만이 능사가 아니라 당초 합의대로 앞으로 남은 2년여 동안 양행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좀 더 발전되고 경쟁력 있는 은행체질을 형성한 다음 합병을 이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노사정 삼자 간 만족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통합 방법은 외환은행 인수 시 하나금융과 합의한 2.17 합의서대로 5년 동안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자 가진 바 잠재역량을 극대화하고, 5년 뒤 통합이 합의 결정되었을 때 양 은행이 운영중인 경영체계 중 더 나은 시스템을 선택하자고 했다.
조기통합 반대 청원서에 이름을 올린 세 명의 전임 외환은행장들은 사모펀드 론스타가 경영하기 전인 1999년 이전에 재직했던 행장들이다. 2010년 하나금융이 인수를 추진했을 때도 허준, 홍세표 전 행장은 인수반대성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외환은행 조기통합 사태는 오는 3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노조가 이날 임시조합원총회를 열고 전체 조합원의 최종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노조는 “투쟁을 위한 추가적인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체 조합원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 결과 쟁의행위 찬성 표가 절대적으로 나온다면 노조는 투쟁 강도를 높이겠지만, 반대의 경과가 나온다면 조기통합 물꼬가 터질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